윗집, 너도 당해봐라? 살벌한 ‘보복 스피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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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사례 〈3〉 윗집에 복수하려다 옆집의 원수로

그래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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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아전인수’와 ‘적반하장’을 들고 막무가내로 나오면 대화가 불가능합니다. 층간소음 분쟁에서 이런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아파트 관리소, 층간소음중재위원회,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접수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위층에서 오리발을 내밀거나 오히려 역정을 내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흔히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보복 소음입니다. 도구도 다양합니다. 막대기, 고무망치에서 시작해 층간소음전용 골전도 우퍼 스피커도 나와 있습니다.

3년 전에는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의 50대 남성 아파트 주민이 윗집 복도 벽에 쇠구슬을 장착한 새총을 20여 차례 쏘았다가 불구속 입건 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6개월 이상 층간소음이 계속되자 '똑같이 당해봐라'는 생각으로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시간대에 새총을 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여러 보복 소음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보복스피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두 사례는 스피커를 통한 보복소음이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 아래 내용은 독자가 보내온 메일의 전문입니다. 일부 내용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생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층간 소음과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경험과 원만한 해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얼마 전 신축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왔습니다. 내집마련이란 뿌듯함과 안도감 속에서 지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쿵쿵 소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윗집이 입주했고 그들이 이사하면서 내는 소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사하다보면 그럴 수 있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점점 그들이 내는 발망치 소리가 심해졌습니다. 주로 밤11시~새벽2시까지 쿵쿵대느라 쉽사리 잠에 들지를 못했습니다.

심지어 윗집에서 기르는 개는 밤낮 새벽할 것 없이 막 짖어댔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해보고, 분양사무소에도 얘기해보고, 윗집에도 메모지를 붙이고 왔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마침 집에 방문한 부모님에게 하소연했지만, 부모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 정도는 너가 참아야지’ 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오피스텔 경비업체 경력이 있었는데요, ‘어차피 민원 들어와도 듣는 시늉만 하지 다 처리 못해준다. 너가 참아라’ 라는 답변만 되풀이합니다.

아버지는 ‘그 정도도 못 참고 어떻게 공동주택에 들어와 사느냐’는 핀잔까지 주십니다.

가족도 경비실도 경찰도 아무런 도움은 못 된다는 교훈을 얻음과 동시에 윗집에 대한 대응방법을 몸소 익히기로 했습니다. 층간소음피해자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해 방법을 뒤졌습니다.

그러던 중 해법을 찾았습니다. 이제는 예전보다 더 편안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며 출근을 합니다. 방 한 켠에 놓여있는 스피커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요.



이도 저도 안 되고 심지어는 부모님까지 “너가 참아라”고 하자 자구책으로 보복 스피커를 설치해 효과를 크게 봤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아예 층간소음 보복스피커라는 문패를 달고 파는 하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몇 만원짜리에서 50만원 넘는 고가 제품들도 있습니다. 천장에 붙여 소음을 최대한 전달하는 10만원대 골전도(骨傳導)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보복 스피커에 의한 피해와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아래 사례는 위층의 층간소음에 대해 아래층이 보복을 하고, 그 소음이 너무 커 다른 이웃들이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어떻게 해결했는 지 알아봅니다.

2020년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파트 4층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으로 2년 가까이 위층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다가 아무리 요청을 해도 개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복수심에 불타올라 보복스피커를 구입했습니다. 저주파 발생, 각종 귀신소리, 아기울음 소리 등을 발생하는 스피커입니다. 층간소음이 가장 많이 들리던 작은 방에 설치하니 효과가 만점이었습니다.

결국 위층은 이사를 갔고,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왔습니다. 3주 정도는 보복스피커를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층간소음이 조금씩 들리자 이전의 경험을 살려 스피커를 다시 작동했습니다.

4층에서 6개월 정도 보복 스피커를 틀어대자 이번에는 5층 뿐만 아니라 옆집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였던 아래층이 가해자로 변신한 것입니다.

5층에 새로 이사 온 거주자는 30대 부부로, 이사 온지 3주 만에 작은 방에서 들리는 저주파음과 귀신 소리 등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어렵고, 주인집에 말을 해도 명확한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가에게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4층에서 발생되는 스피커로 인해 3층, 4층의 옆집, 5층 윗집의 옆집에서 피해를 호소해 주민 반상회를 통해 동대표가 직접 방문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 했지만, 별다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보복스피커를 차단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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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위층에서 층간소음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보복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민한 아래층의 경우 과도하게 보복을 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직접 방문해 대면하는 것보다는 쪽지를 현관문에 붙여 글로 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하다가 사소한 한마디에 자칫 감정이 상해 더욱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발소리 혹은 의자 끄는 소리 등 가장 불편한 소음원과 피해가 심한 시간대를 적고 자제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하는 메모를 남기는 것입니다.

참고로 아파트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나서는 것은 해결하기에 역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급적 당사자끼리 비대면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강서구 아파트 4층, 5층의 경우, 새로 이사온 5층 거주자가 먼저 4층 집 문 앞에 보복스피커 소리 및 시간대를 적어 메모를 붙여두었습니다.

이 문구를 본 4층 거주자가 1주일이 지난 뒤에 ‘밤 9시 이후에 발생되는 발걸음소리의 저감과 매트를 설치할 것’을 요청하는 메모를 5층 집 문 앞에 붙였습니다. 위층 층간소음이 들리지 않으면 나도 보복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에 윗집은 밤 9시 이후에는 극히 움직임을 자제하고, 매트를 설치하여 아랫집 현관문에 사진을 찍어 붙여두었습니다.

이처럼 매트를 설치한 사진 등을 찍어 “우리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복수가 복수를 부르고, 그 과정에서 일부러 더 크게 소음을 일으키고 있다는 오해가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윗집은 ‘소음으로 불편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 메모나 연락을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랫집의 불편함이 사라졌고 스피커로 인한 보복소음은 크게 줄어 윗집 부부의 생활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사례 분석 및 도움말=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현 중앙 공통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서울시 층간소음갈등해결지원단 위원. 저서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층간소음 예방 문화 프로젝트’ 등)

※ 본인 혹은 주변의 고민이나 질문 내용을 보내주시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상담해주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보낼 곳 kkh@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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