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THE사건]전쟁고아 돌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에 집수리로 ‘보은’

김수현 기자 , 김윤이 기자 입력 2021-06-25 11:25수정 2021-06-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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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따라오던 헐벗은 전쟁고아가 눈에 밟혀 군복을 줄여서 입혀줬습니다. 이제는 그 아이들도 우리처럼 나이가 들었겠네요.”

틸라헌 에스겟 씨(97)는 1951년 5월 6·25전쟁에서 남한을 도우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먼저 도착한 참전용사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6·25전쟁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춥고 치열했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에스겟 씨는 그 역경을 견디고 한반도에서 평화를 얻어내는데 일조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2021년 올해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유엔군 일원으로 6·25전쟁에 참전한지 70주년이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한 국가였다. 6037명의 군인은 몸을 사리지 않고 치열하게 대한민국을 지켰다.

에티오피아 파병군인들은 전투는 물론 전쟁고아들을 지키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에스겟 씨는 “아직도 전쟁 중에 보살폈던 아이들이 가끔씩 떠오른다”고 전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은 에티오피아 군인들 전체로 퍼져 의정부에 ‘보화고아원’을 짓는 선행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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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에티오피아 파병부대의 이름은 한국말로 하면 ‘초전박살.’ 이름처럼 한명도 포로로 붙잡히지 않았을 정도로 용맹하게 싸웠다. 하지만 고국에 돌아간 뒤 그들은 대접은커녕 고문과 핍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 북한과 맞서 싸운 경력이 독이 돼버렸다. 참전용사 대다수는 사회적 냉대 속에 극빈층으로 살아가야 했다.

2018년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집을 수리하는 사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비가 새고 곰팡이가 가득한 낡은 집을 최대한 깨끗이 고쳐나갔다. 올해 5채를 포함해 지금까지 22채를 수리했다.

6·25전쟁 ‘요크고지 전투’에서 눈을 다쳐 시력을 잃었던 에스겟 씨는 “집에서 떨어진 공동화장실을 쓰려면 많이 불편했는데 집안에 화장실을 만들어줘 너무 행복하다. 한국에 감사하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110명 정도 생존해있다고 한다.

김종훈 따뜻한동행 이사장은 “그들의 숭고한 헌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주거 지원이 전쟁의 상처를 씻어낼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도 참전용사 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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