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뗀 구조대 김영달 소방위(45)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김 소방위는 전날 새벽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한 뒤 오전 9시 반경 김모 119구조대장(53·소방경)과 교대했다. 김 대장은 “열기가 많이 뜨거우니 조심하시라”는 김 소방위의 말을 들은 뒤 내부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상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17일 오전 대원 4명과 함께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행여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수색과 잔불 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김 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긴급 탈출하다 그만 건물 안에 고립됐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이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서 탈출하다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28년 차 베테랑이다. 함께 근무했던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항상 가장 뜨겁고 위험한 자리를 지키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대 함재철 3팀장(49)은 “출동할 때마다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마지막에 나오니까 ‘몸도 좀 아끼시라’고 당부를 드리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민석 소방장(38)도 “현장에 진입할 때면 장애물을 헤치기 위해 맨 앞에서 도끼를 든 대장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김 대장은 평소 후배 구조대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강 소방장은 “‘한쪽에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엄격했다. “구조 활동은 곧 체력과 직결된다”며 사무실에서도 짬을 내 운동을 하곤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어깨에 부상을 입어 퇴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30kg이 넘는 공기통을 메고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소방청은 김 대장의 위치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김 대장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했다. 김 대장이 메고 들어간 공기통은 보통 사용 시간이 30∼50분 정도다. 소방 관계자는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 진압을 마무리하고 건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구조팀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