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교황청 고위직 오른 유흥식 대주교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입력 2021-06-16 03:00수정 2021-06-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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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를 국교로 하던 조선에 천주교가 발을 붙이기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위정척사(衛正斥邪) 분위기에서 수많은 순교자가 나왔지요. 그런 가운데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대건(1821∼1846)이 1845년 6월 교황청으로부터 사제품을 받습니다. 한국인 첫 신부가 탄생한 것이었지요. 구한말 서양 근대 문물과 사상이 천주교를 통해 전파된 것은 단순한 종교 문제를 넘어 엄청난 문화 접변의 계기였습니다.

올해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를 ‘올해의 세계 기념인물’로 선정했고 로마 교황청은 8월 기념행사에 총리급 특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천주교 박해가 심했던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24세에 신부가 된 뒤 사제 생활 1년 만인 이듬해 25세의 나이에 순교했습니다. 가톨릭 교계는 그가 순교한 지 100년이 되던 1946년 솔뫼마을에 성지(聖地)를 조성했고, 교황청은 그의 평등사상과 인류애를 받들어 1984년 성인(聖人)으로 추대했습니다.

당진시는 그의 생애를 기려 올해를 ‘김대건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캐릭터와 기념 메달을 출시한 데 이어 13km 길이의 버그내 순례길도 정비했습니다. 당진시는 솔뫼성지를 스페인의 산티아고처럼 세계적인 순례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70·사진)가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겁니다. 한국인 신부가 교황청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장관에 유 주교를 임명하고 그에게 대주교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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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성은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로서 그들의 활동을 감독·심의하는 것은 물론 신학교 관할권도 갖고 있습니다. 임기는 통상 5년입니다. 유 대주교는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번 임명을 두고 교계 안팎에서는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유 대주교에게 부여될 또 다른 역할을 주목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유 대주교가 교황청과 북한,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교황의 북한 방문에 유 대주교가 가교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바티칸에 입성하는 한국 성직자, 북한 방문을 꿈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유 대주교는 12일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임명이 한반도의 봄을 앞당길 수 있을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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