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검거 19.5% 증가…“사회적 관심과 코로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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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8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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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대전 유성구 한 빌라에서 10살 난 아들이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출동해 이를 확인한 결과 아들은 온몸에 멍이 들고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인 30대 여성 A씨가 아들을 때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9살 난 딸도 폭행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돼 방학이 길어지며 주로 집에서 일과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검거된 아동학대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늘며 검거 건수·인원도 함께 늘었다는 분석이다.

8일 경찰청의 ‘아동학대 검거 및 조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5551건으로 전년 4645건 대비 19.5%(906건) 증가했다. 112신고 접수 기준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6149건으로 전년 1만4485건보다 11.5%(1664건) 늘었는데, 신고 건수 증가율보다 검거 건수 증가 비율이 더 컸던 것이다.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1719건에 불과했던 검거 건수는 Δ2016년 2992건 Δ2017년 3320건 Δ2018년 3696건 Δ2019년 4645건 등으로 늘었다. 약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검거 건수가 늘자 검거 인원 또한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15년 1915명에 불과했던 검거 인원은 Δ2016년 3364명 Δ2017년 3769명 Δ2018년 4143명 Δ2019년 5179명 Δ2020년 6164명 등이다.

전문가들은 살인, 강도, 성범죄 등에 우선순위가 뒷전이던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시민들의 신고가 늘어난 점이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에 신고 건수가 늘어나며 경찰의 수사력도 집중됐고, 검거 건수·인원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많아진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동학대가 사회적인 관심 사안이고 중범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측면과 신고를 해야 할 직업군 자체도 명확히 인식돼 늘게 됐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업자가 늘고 자영업자가 감소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동학대 범죄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 사회의 병리가 아동학대 증가라는 하나의 부산물로 표현된 것”이라고 짚었다.

아동학대 신고·검거 건수는 늘고 있음에도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크게 변동이 없었으며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아동학대로 검거된 인원 중 구속까지 이어진 인원은 102명이다. 이는 전년 132명 대비 30명 줄어든 수준이다.

형사 입건되지 않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이는 지난해 3164명으로 전년 2209명 대비 1000명 가까이 늘었다. 불구속의 경우 지난해 1925명으로 전년 1925명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무관심했거나 덜 민감했던 아동학대 사건이 점점 민감해진 관계로 신고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사건까지 신고돼 관대한 처분이 많이 내려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봤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경찰 신고 접수 기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 기준 으로 보면 한해 약 3만건이 아동학대 사건으로 판명되는데, 이중 5000여명 수준이 검거되는 것에 그친다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라며 “아동학대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검거 인원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보다는 검거 인원 중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벌이 얼마나 받았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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