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실물 거북선, 제대로 재현 못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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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세미나
“사료를 자의적 해석하고 취사선택
임란형 재현 거북선에 문제 많아
노의 위치-길이 등 부적절한 제작”

임진왜란 당시의 것을 재현한 경남 거제시 지세포 거북선. 뱃머리의 용이 목을 길게 늘여 뺀 채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임란 당시 거북선은 용의 입에서 포를 쏘도록 설계돼 이런 구조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의 주장이다. 송은일 연구실장 제공
임진왜란 당시의 것을 재현한 경남 거제시 지세포 거북선. 뱃머리의 용이 목을 길게 늘여 뺀 채 앞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임란 당시 거북선은 용의 입에서 포를 쏘도록 설계돼 이런 구조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의 주장이다. 송은일 연구실장 제공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국 곳곳에 실물 크기로 건조한 거북선들 가운데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재현된 거북선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순신연구소 주최의 ‘한국 역사 속의 거북선과 이순신 리더십’ 세미나에서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재현 거북선의 현황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거북선은 임진왜란 시(임란형)와 조선 후기(후기형)의 것이 서로 다르다”며 “사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취사선택하는 바람에 거북선의 실제의 모습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논문은 임란형 재현 거북선은 관련 기록인 ‘당포파왜병장’과 이순신 ‘행록’ 등을, 후기형은 ‘이충무공전서’의 권수 도설(卷首 圖說)을 토대로 비교 분석했다. 권수 도설은 통제영거북선과 전라좌수영거북선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경남 사천시 삼천포 대교공원의 거북선은 임란형을 재현한 것인데 그 형태나 부대시설의 상당 부분은 후기형 기록인 권수 도설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천 거북선의 개판 좌우에는 각각 6개 포혈이 있는데, 임란형 기록에는 개판에 포혈이 있다는 기록이 없다. 따라서 개판에 포혈이 존재하는 것으로 기록한 권수도설을 조합해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임란형인 거제시 지세포의 거북선은 뱃머리의 용(龍)이 목을 길게 늘여 뺀 채 앞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이에 대해 송 연구실장은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은 용의 입에서 포를 쏘도록 설계돼 이런 구조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후기형인 남해충렬사 거북선과 해군사관학교 거북선은 크기의 측면에서 후기형을 구현했다. 하지만 개판에 칼 송곳을 꽂아 둔 것이나 두범(거북선 앞부분의 돛)과 종범(중간 지점의 돛) 부분에 십자로를 설치한 것은 임란형의 특징이다. 또 개판의 거북무늬와 2개의 문, 방패 형태와 형상 등은 후기형에서 보이는 것들이다.

논문은 대체적으로 임란형 재현 거북선에 문제가 많았고 이는 재현 주체들이 임란시의 거북선이 주력 전함인 판옥선과는 달리 돌격용이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 연구실장은 “임란 당시 거북선은 구름같이 모여든 적선 사이에 침투해 종횡무진으로 전열을 흩트리고 피해를 주는 역할을 했다”며 “기동성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현재 재현된 임란형 거북선들의 노의 위치와 길이는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거북선 내부 구조 재현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격군과 포수, 사수가 활동하기에 불편했다는 점은 ‘선조실록’의 나대용 상소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일부 임란형 재현 거북선들은 마치 현대의 군함처럼 서로 방해받지 않고 전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부를 재현했다.

이번 세미나는 조선시대 시기별 거북선에 대해 조망했다. 제장명 이순신연구소장이 ‘조선초기 거북선 출현의 배경과 기능 검토’, 정진술 이순신리더십국제센터 교수가 ‘임진왜란 시기 거북선의 기능과 주요 해전’, 김병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조선후기 거북선의 특징과 기능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거북선#순천향대#이순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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