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시각장애인 ‘수어서비스’ 공공기관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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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아바타 수어서비스’ 개시
문진 등 코로나 관련 정보 알려줘
충남소방본부도 내달 통역 서비스
3자 영상통화로 119신고 도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한국농아인협회와 공동으로 개발해 20일 대전의 충남대병원에 설치한 ‘아바타 수어 서비스’ 영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한국농아인협회와 공동으로 개발해 20일 대전의 충남대병원에 설치한 ‘아바타 수어 서비스’ 영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의 입과 귀가 돼 줄 수어(手語) 서비스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청각장애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안내해 주는 아바타 수어 서비스에 나섰다고 28일 밝혔다. 아바타 수어 프로그램은 충남대병원 출입문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정보전달 시스템)에 20일 설치됐다. 해외에 다녀왔는지, 신체에 열은 없는 지 등 요즘 병원 용무를 볼 때 필요한 각종 문진 및 확인 사항을 아바타가 수어 및 음성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ETRI 관계자는 “그동안 확진자 정보, 감염병 정부 대책, 백신 접종 안내 등 관련 정보가 키오스크 또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됐지만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에 수어 영상 서비스의 애니메이션에는 한국농아인협회 감수를 거친 22가지의 다양한 표정을 넣어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어 서비스 공동 연구기관인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이 중요한 정보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더욱 더 좋은 기술이 많이 보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TRI는 병원 출입뿐 아니라 진료 과정, 공공시설 민원 안내, 온라인 학습시스템 등에 적용할 아바타 수어 기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충남소방본부는 내달 초 전국에서 처음으로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의 119 신고를 도와줄 수어 통역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이 영상통화로 119 신고를 하면 수어 통역사와 즉각 연결해 3자 통화를 하는 방식이다. 도 소방본부는 이를 위해 1월 영상통화 119 신고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24시간 연중무휴 수어 전문 통역을 해주는 손말이음센터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도 소방본부가 지난해 청각장애인에게서 접수된 66건의 신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문자만으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돼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청각장애인들이 문자 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신고를 해온 경우 즉각적으로 되물어 상황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3자 영상통화가 이뤄지면 이런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소방본부는 더불어 구조·구급대원들에게 기초 수어를 교육해 청각 및 언어장애인들과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한국수목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최근 전국 특수학교에 ‘뿌리의 발견’과 ‘나의 작은 분재원’ 등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식물 관련 수어 영상자료와 체험키트를 보냈다. 뿌리의 발견은 수경재배 과정 영상과 뿌리의 구조와 기능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키트로 제작됐다. 중학생용 나의 작은 분재원은 분재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수어 영상을 보고 들으면서 이끼를 활용해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분재원을 만들어 보는 체험과정으로 구성됐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청각장애인#시각장애인#수어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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