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절반이상 로펌 출신…공수처법 독립성 조항 무색

이태훈기자 입력 2021-04-19 15:09수정 2021-04-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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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규, 김성문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사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검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보안선서를 하고 있다. 2021.04.16. 과천=사진공동취재단
채용 절차를 걸쳐 최근 임명이 완료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에 중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 포함된 것이 공수처의 ‘독립성’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규정한 공수처법 3조2항은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조3항에는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독립적인 수사기구로서의 위상을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공수처법에 별도 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임명된 공수처 검사 13명 중 7명이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한 중대형 로펌 출신자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수처 부장검사로 임명된 김성문 변호사는 직전까지 법무법인 서평에서 일했고, 역시 부장검사로 임명된 최석규 변호사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활동했다. 평검사인 김일로, 이승규 변호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고, 나머지 평검사 3명은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세종 출신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과 공수처장 5급 비서관 특혜 채용 시비 등으로 공수처의 공정성과 신뢰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실제 수사를 해나갈 검사들의 인적 구성마저 특정 변호사 업계에 치우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갓 출범한 공수처의 독립성을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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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공수처의 독립성 보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뿐 아니라 엄정한 수사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요인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특정 로펌에 치우친 감이 없이 않은 이번 공수처 검사 인선이 독립성 보장을 규정한 공수처법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게 되는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을 수사하는 공수처 검사들이 속했던 로펌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할 경우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공수처 검사는 검사대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른 검사에게 사건 재배당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사건 재배당 시 그렇지 않아도 규모가 작아 사건 처리 압박이 있을 수 있는 공수처에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임명된 공수처 검사 가운데는 수사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특수통’ 검사 출신이 1명도 없어 민감하고 까다로운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공수처 검사 최종 임명 과정에서는 공수처인사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추천 명단 17명 가운데 탈락한 4명 전원이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9일 출근길에 이와 관련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13명의 사람이 있다”며 “그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나. 저는 13명이면 충분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거의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보다 훨씬 양호하지 않나. 좋게 봐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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