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 전직 공무원과 부인 소환…공직자 내사·수사 대상 500명 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8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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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가족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퇴직 공무원 A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2021.3.23/뉴스1 © News1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예정지 인근 토지를 가족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퇴직 공무원 A씨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A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가 매입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의 모습. 2021.3.23/뉴스1 © News1
전 경기도청 간부급 공무원이 투자유치를 담당할 당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예정지 인근에서 부동산 투기를 벌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업지 발표 뒤 시세차익은 최소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8일 오전 10시경 경기도 투자진흥과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 김모 씨(52)와 부인 A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부인 A 씨가 대표로 있는 H산업의 토지 매입 과정에서 김 씨가 도청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25일 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H산업은 2018년 8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에 있는 대지 4필지(1559㎡)를 5억 원에 매입했다. 약 6개월 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삼면 일대를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예정지로 발표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근 시세는 예정지 발표 뒤 2~5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5억 원 정도 되는 땅이면 적게는 10억 원, 많으면 20억 원 이상 뛰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앞서 자체 조사에서 김 씨가 내부 정보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23일 김 씨를 경기남부경찰청에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김 씨는 2018년 초 SK가 용인시 관련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동향을 보고했던 담당자였다. 이듬해 3월경 경기도가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지를 확정해 발표했을 당시 담당 팀장이기도 했다다.

역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25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포천시 공무원 B 씨는 29일 오전 의정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B 씨는 지난해 9월 전철역이 들어설 예정지 인근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부인과 함께 약 40억 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는 26일 기준 110건에 대한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자는 53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현직 공무원은 국회의원과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을 포함해 모두 102명이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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