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내부 “통제안받는 중수청, 일제 고등경찰 연상” 반발 확산

유원모 기자 , 배석준 기자 입력 2021-03-03 03:00수정 2021-03-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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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작심 발언 파장]일선 검사들 강경 반응 쏟아내
“지난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총장 개인에 대한 문제였다면 이번 사안은 검찰 제도 자체를 뿌리째 뽑으려 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경중을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한 현직 지검장(검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에 대해 2일 이같이 비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신설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 내 반발의 목소리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수청 설치 입법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일선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中인민검찰원-일제 특별고등경찰 연상시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공개적으로 중수청 설치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강경 반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는 2일 검찰 내부망에 ‘중수청, 공소청 설립 등 검찰개혁에 대한 단상’이라는 글을 올려 “검사를 인권옹호기관으로 만든 입법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히 수사하여온 결과물을 다듬어 법원에 보내는 사자(使者)로서의 검찰을 염두에 둔 법안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안에서 수사해온 사건을 기소만 하는 중국의 인민검찰원을 연상하게 하게 한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절대로 착한 권력은 없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 수사기관 개편은 단시간 내 결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변화된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성과와 부작용을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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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40기)도 1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중수청은 검사는 물론 누구에게도 통제를 받지 않는 수사기관으로,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안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성 검사는 “경찰 조직의 얼개를 그대로 갖고 있는 조직을 뚝딱 만들고 가장 엄중한 범죄에 관한 수사만 콕 찍어 직무로 부여하고 있으니 일제 특별고등경찰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 이상 수차례 검찰개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차례의 수사,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시도 끝에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있는 시기에 생뚱맞게 중수청이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대검은 이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하는 주요 선진국 사례를 공개해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여권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검은 ‘미국의 영원한 검사(America‘s D.A.)로 칭송받는 로버트 모건소 전 맨해튼지검 검사장의 검찰제도 개혁을 상세히 소개했다. 모건소 전 검사장은 재임 기간(1975∼2009년)에 경찰 수사 이후 검사가 사건을 넘겨받는 ‘수평적 기소’에서 중대범죄의 경우 검사들이 수사의 처음부터 재판까지 담당하는 ‘수직적 기소’로 제도를 바꿔 뉴욕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 “입법 구체화되면 검찰 내 집단반발 가능성”

검찰 안팎에서는 중수청 설치법 입법이 현실화되면 검사들의 줄사표 등 집단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현직 검사장은 “일부 검사장과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했지만 지금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에 성명서 발표 등 단기간 내에 집단행동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검찰을 없애는 법안이 가시화된다면 당연히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제도 변화를 이처럼 공론화 과정 없이 밀어붙이는 것을 지켜만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박철완 안동지청장은 26일 검찰 내부망에 “평검사 회의가 아니라 전국검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배석준 기자
#중수청#검사들#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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