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운전하다 20대女 치어 숨지게 한 고교생 2명 실형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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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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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명의대여로 승용차를 빌려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무용가를 꿈꾸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고교생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유족들은 “가해자들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많이 제출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사과 한번 받지 못했다. 소년범에 관대한 처벌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19일 도주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고교생 김모 군(18)에 대해 장기 7년, 단기 5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교생 정모 군(18)에 대해 장기 2년 6개월, 단기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군 등은 지난해 10월 1일 오후 11시 40분경 무면허 상태에서 승용차를 빌려 운전을 하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왕복 4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 씨(21·여)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지점은 읍내 시가지로 제한속도가 시속 30㎞이지만 김 군 등은 100㎞가 넘는 과속질주를 하다 A 씨를 치었다. 이들은 사고 이후 달아났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무면허인 김 군 등은 사고 당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알게 된 20대 B 씨로부터 카셰어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광주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B 씨는 운전면허소지자에게 3만 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렌터카를 대여한 뒤 김 군에게 10여만 원을 주고 차량을 불법 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B 씨는 불법 차량대여 과정에서 교묘하게 신분을 감추려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인 김 군의 경우 무면허 운전에 과속을 하며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 사고가 불법 면허대여 차량에서 발생해 A 씨의 유족이 자동차보험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정 군의 경우 A 씨 사망사고 직후에도 같은 범죄를 저질러 사고를 내는 등 수차례 무면허 운전을 반복해 실형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난 뒤 법정 밖에서 만난 A 씨의 아버지는 “김 군과 정 군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20여차례 제출했지만 정작 우리는 가해자의 가족들에게 사과 한번 받지 못했다”며 “김 군 등이 진정 반성하고 있지만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성인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지만 김 군 등이 소년범이어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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