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리두기는 ‘단체기합’ 방식…규제 시설 확진자 오히려 적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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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신촌 거리가 한산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 하며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을 선별 지원하는 한편,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도 동시에 추진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2.2/뉴스1 (서울=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2일 서울 신촌 거리가 한산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 하며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등을 선별 지원하는 한편,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지원도 동시에 추진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1.2.2/뉴스1 (서울=뉴스1)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방식이 사회적 약자에 불리하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괄적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자영업자 등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생계 곤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설 연휴(11~14일) 이후 거리 두기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 “한국 방역은 ‘단체기합’ 방식”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 거리 두기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집단감염이 다른 곳에서 발생했는데 그 피해는 정부 방침을 따르는 시민과 단체가 보는 건 ‘단체기합 방식’이라며 ”지금 거리 두기를 통해 규제하는 시설은 오히려 확진자 수가 적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근거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각 시설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확진자 숫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교회(21%), 회사(16%), 가족·지인(12%) 등 거리 두기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집단에서 집단 감염이 많았다. 반면 거리 두기 강도가 높은 실내외 체육·공연시설(2.4%), 식당·카페(2.4%), 유흥시설(2.3%) 등의 집단감염 환자는 많지 않았다. 특히 PC방·오락실과 노래방은 각각 0.4%와 0.1%에 그쳤다.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다./뉴스1 © News1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고 있다./뉴스1 © News1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역지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엄격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방역지침을 지킨 보상은 외국보다 적다고 진단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내놓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에서 한국은 47을 나타냈다. 이는 스웨덴과 동일하다. 하지만 한국의 1000명당 확진자 수는 1.1명인데 반해, 스웨덴은 42.3명 수준이다. 현재 거리 두기 강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일본은 식당, 상점 등이 문을 닫으면 하루 6만 엔(약 64만 원)을 보상하는데, 한국은 한 달 200만~300만 원 수준“이라며 ”거리 두기는 강력한데 보상은 경제규모를 감안해도 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그럼 정부 명령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냐“고 반문했다.

● 어린이 전파 적은데 도서관부터 닫아
사회적 비용을 간과한 채 거리 두기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교를 닫으면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도 가야하는데 도서관부터 문을 닫았다“며 ”도서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도 아니다. 이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전 세계 인구 중 어린이·청소년은 29%이나 코로나19 환자 중 비율은 8% 내외“라며 ”대부분 경증 또는 무증상 감염으로 전파력도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 보호자 방문 등도 규정 완화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 보호자 방문도 제한하고 있는데 가족 방문은 입원 노인들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필수“라고 말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이후) 돌봄 문제가 다시 가족과 여성의 문제로 퇴보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2%가 ”거리 두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74.8%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적모임 제한 등 개인 활동제한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르면 9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하는 2차 토론회를 열고 거리 두기 개편을 위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
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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