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체불청산기동반’ 운영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2일 03시 00분


작년 임금체불 사업장 2877곳
설 앞두고 근로자들 경제적 어려움
고용부, 내달 10일까지 행정력 집중
휴일에도 체불신고 받아 해결키로

A 씨(40)는 2018년 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과 적금까지 해약했다.

2019년 6월에야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다. 과거 다니던 회사보다 처우는 좋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A 씨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3개월 치 임금이 밀리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A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그런데 회사 측은 A 씨가 퇴직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월급을 주지 않았다. A 씨는 “수차례 회사를 찾아갔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돈을 주지 않았다”며 “몇백만 원이 누구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지만 나한테는 목숨과도 같은 돈”이라고 했다. A 씨는 결국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전북지역 사업장의 체불 임금 규모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21일 고용노동부 전주·군산·익산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을 체불한 전북지역 사업장은 2877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3504곳에 비해 637곳이 줄었지만, 체불 임금액은 727억8900여만 원으로 전년(510억7600여만 원)보다 217억1300여만 원이 늘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B 씨(50)도 지난해 고용부 군산지청을 찾았다. B 씨는 전북의 한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하루 일당 15만 원을 받기로 하고 3일 동안 일했지만 임금 45만 원을 받지 못했다, B 씨는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은 살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주·군산·익산지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다음 달 10일까지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에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 ‘체불청산기동반’을 꾸려 휴일에도 임금체불 신고를 받는다.

1억 원 또는 30인 이상의 고액·집단체불이 발생하면 각 지청의 지청장이 직접 사건을 지휘·관리해 체불임금을 조기에 청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재산 은닉과 집단 체불 뒤 도주 등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 그 대신 일시적 경영난으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못한 사업주 가운데 체불임금 지불의사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저렴한 이자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 가운데 저소득층에 한해 생계비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정진표 고용부 군산지청 근로감독관은 “정당하게 노동을 제공했는데도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이 따뜻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북지역#임금체불#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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