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살인죄’ 입증 쟁점…‘유형력 규명+미필적 고의’

뉴스1 입력 2021-01-14 06:11수정 2021-01-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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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조화에 추모 문구가 걸려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입양된 정인양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부모 재판과 관련해 양부모 측이 일부 학대혐의를 인정했지만 사망까지 이르게 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 가운데 양부모 측과 검찰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살인죄로 추가 기소된 양모 측이 추후 남은 재판에서 어떤 전략으로 형량을 최대한 감소시키려고 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양부모 재판에서 양모 측은 정인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할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쇄골과 늑골이 골절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상습아동학대 부분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때린 점은 인정하지만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모두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양모 측은 아동학대와 아동유기방임 정도의 혐의만 인정한 셈이다.

양모 측에 대해 검찰은 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 아동유기방임죄, 그리고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살인죄를 먼저 재판받고, 살인죄가 무죄 선고가 날 경우에는 아동학대치사죄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는 절차로 진행된다.

아동학대치사죄와 살인죄의 가장 큰 차이는 ‘살해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다. 살해 의사가 없었어도 아동을 학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동학대치사죄라면 살인죄는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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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검찰은 ‘양모가 죽이려는 의도로 정인이에 폭력을 행사해 정인이가 사망했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이며, 양모 측은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폭력은 인정하지만 다른 이유로 정인이가 숨졌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죽을 수 있음에도 때렸나?’ 살인의 고의성 입증이 핵심 쟁점

검찰은 13일 열린 첫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면서까지 양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했다. 결국 ‘죽일 의사를 가지고 정인이를 학대했나’‘이 정도로 때려서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했나’는 미필적 고의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공방의 핵심 쟁점은 ‘이 사망이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력으로 발생했나’를 과학적으로, 또 법리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에서는 정인이의 죽음이 의도적으로 유형력을 양모가 행사해서 사망했음을 법의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검찰 측은 정인이의 사망 원인을 법의학 전문가 등 4곳에 의뢰해 조회했으며 정인이가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실제로 법의관과 법의학 교수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이들은 추후 재판에서 양모가 ‘의도적으로 정인이에게 폭력을 가했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모 측은 살해 방법 등 구체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단 결과만을 보고 살인 혐의로 몰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로고스 변호사는 “법의학적으로 이 정도의 신체 손상이 의도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도 (손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할 것”이라며 “우발적이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사고를 통해서 유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등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 살해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해했다고 보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검찰이 입증하지 못한 셈이 되는 것”이라며 “학대 사건들에서 많이들 하는 주장인데 의도적으로 자신들이 (살해할 의도였다면) 은폐했을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 형량 실제론 비슷…“경종 위해 ‘살인죄’ 적용돼야”

한편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는 실제 형량은 거의 같다. 둘 다 5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며 살인죄의 경우 사형도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량은 거의 같은 셈이다. 아울러 양형 기준 또한 살인죄의 경우 아동학대치사보다 더 높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건을 포함해 아동학대치사죄 양형도 살인죄만큼 높게 나올 수 있다.

이에 살인죄로 추가 기소한 검찰 측은 정인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양모가 단순히 폭력을 행사했는데 정인이가 사망한 것이 아니라, 사망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폭력을 행사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형량은 비슷할 수 있지만 양모에게는 ‘살인죄’라는 선고가 내려지며 이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도 있다.

아울러 해당 사건 같은 경우 살인죄 선고도 가능성이 있다고 법조계는 조심스레 전망했다.

황수철 제이씨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지난 울산 아동 학대 사망 사건에서 1심에서는 상해치사가 났었는데 항소심에서 살인죄로 판결이 바뀐 바 있다”며 “당시 법의학자가 증인으로 나와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충격이 가해져야 갈비뼈가 부러지며 사망할 수 있는지를 입증했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고 말했다. 2013년 울산에서는 소풍을 가겠다는 8살 의붓딸을 마구 때려 살해한 혐의로 계모가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6월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도 살인죄로 유죄가 인정됐다. 계모가 9세 양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두고 자녀들과 함께 여행 가방을 짓밟거나 드라이기로 온풍을 불어넣으며 학대했는데 아이가 결국 숨진 사건이었다.

다만 계모의 자녀 등 사망 당시 목격자가 있었던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달리 정인양 사망사건에서는 목격자가 없고 구체적인 사망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수연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많은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되고 처벌되어 왔는데 정인이 사건의 경우 이 정도의 행위를 하고 이 결과가 나왔으면 단순하게 아동학대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살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살인죄가 확정된다면) 이 사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더 강하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며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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