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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국어는 능력 아닌 태도… 서술어·어미중심 글읽기 습관을

입력 2020-12-08 03:00업데이트 2020-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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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글쓴이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늘 의아한 마음을 갖는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일까? 한국어를 나라의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치고 언어 구사 능력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국어는 모든 순간 우리와 함께한다. 그렇다 보니 한번 언어습관이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 버리면 이것을 나중에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가령 습관적으로 주어를 생략하면서 말을 하는 사람과 글을 읽을 때 목적어를 가볍게 읽는 사람들은 국어 문제를 풀 때 주체, 객체와 관련된 문제를 제대로 풀기 어렵다.

국어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글을 읽는 방법이다. 내가 평소에 언어를 구사하면서 어떤 잘못된 태도와 습관을 지녔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국어 성적 향상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발점으로 한국어의 특징을 알아보고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따져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한국어는 언어 유형론적으로 교착어에 속한다. 교착이란 문장에서 낱말 간의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 의미를 가진 형태소나 단어에 차례대로 결합함을 의미한다. 한국어는 실질 의미가 있는 단어에 문법적 요소(조사, 어미 등)를 결합함으로써 편리하면서도 체계적인 문장 구사가 가능하다. 특히 이 중 보조사는 그 정의 자체가 체언, 부사, 활용 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로서 ‘은/는, 만, 도, 조차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국어영역 시험에서 이러한 보조사를 중심으로 글을 읽으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잡하고 헷갈리는 선지를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를 풀면서 실수를 많이 하는 학생들, 문장의 중심 의미를 자주 놓치는 학생들은 보조사와 조사 그리고 어미 중심의 글 읽기 태도를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어는 서술어 중심의 언어다. 서술어란 품사적으로는 동사와 형용사, 그리고 서술격 조사, 서술절 등을 일컬으며 문장 내에서 주체의 실질적인 행위나 상태 등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고등 문법론에서는 서술어의 자릿수를 세라는 문제가 자주 나오는데, 이를 셀 때는 서술어가 문장 내에서 필요로 하는 주성분의 개수를 세는 것이다. 이 성분들이 주성분인지 아닌지 역시, 어떤 서술어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서술어는 문장 내에서 다른 문장 성분들의 필요성과 핵심 의미를 담당하고 있어서 다른 어떤 문장 성분보다도 그 위상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주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얼마든지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현 교육과정에서 주어와 목적어 중심의 교육을 많이 받았다. 주관식 단답형이나 선택형 선지에서는 주어나 목적어를 물어보는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방향이 주어나 목적어를 이루는 명사에 몰린다. 이는 서술어 중심의 글읽기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서술어에서 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적 화자의 정서나 분위기를 묻는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또 독서 지문에서 글쓴이의 주관적 견해를 묻는 주제 찾기 문제를 풀 때도 수많은 정보에 짓눌려 중심 내용 파악을 어려워한다. 특히 과학, 경제, 법 지문과 같이 전문용어가 지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글에서는 주어와 목적어로 등장하는 특수용어 암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정작 그 용어들이 어떠한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은 놓치기 쉽다. 어려운 명사들을 모두 단순한 문자나 기호로 치환을 하고 그 용어를 설명하고 있는 관형어나 부사어, 그리고 서술어 등에 주목해서 글을 읽으면 같은 지문이라도 훨씬 더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국어 문제를 풀 때 지문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학생이 있다면, 이상에서 제시한 서술어 중심의 글 읽기와 조사와 어미 중심의 글 읽기를 연습하길 권한다. 평소에 글을 읽고 사고하는 방식과 다르므로 지적인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독해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엄태욱
- 연세대 교육사·교육철학 석사
- 대치명인학원 국어강사 (대치, 서초, 분당, 목동, 평촌, 부산)
- 팟캐스트(입시왕·공부왕) 국어 메인 패널
- 지학사 고교독서평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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