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수년간 지자체 예산 유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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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출장내역으로 수당 부정수급
2018년부터 18개월간 1000만원 유용
마트-식당서 직원 회식비로 사용
칠곡군 “환수조치 후 경찰에 고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칠곡군은 3일부터 센터 직원들의 수당 부정 수급 등에 대해 집중 감사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칠곡군은 3일부터 센터 직원들의 수당 부정 수급 등에 대해 집중 감사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들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예산 일부를 수년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칠곡군은 3일부터 부정 수급한 기간과 예산 규모, 가담한 직원 등이 더 있는지 집중 감사한다.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 다수의 직원들이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문서를 허위로 꾸미는 방식으로 예산을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센터는 칠곡군이 2001년 지역 주민들의 자살 예방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자 관리를 위해 세웠다. 이듬해부터 A병원에 위탁 운영하고 있다. 3년 단위로 계약해 매년 약 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직원 임금 등 대부분의 센터 예산은 주민들이 낸 세금이다.

센터 직원들은 자가용을 타고 외부 출장을 다녀오면 2시간에 1만 원의 수당을 제공하는 규정을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수당을 챙겼다. 본보가 입수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센터 출장 명령부와 업무 일지를 비교한 결과 가짜 출장이 많았다.

한 직원은 지난해 1월 9일 2시간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고 명령부에 기재했지만 당일 업무 일지에는 사무실 물품 조사 및 2018년 서류 정리를 했다고 적혀 있다. 다른 직원은 지난해 3월 22일 4시간 동안 ‘방문 상담 출장’이라고 명령부에 썼지만 업무 일지에는 ‘정신건강종합대책 자살 자료 검토’라고 돼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직원 1명당 한 달 평균 8시간의 출장 내역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들은 개인 계좌로 지급받은 4만 원과 곗돈 형식의 1만 원을 보태 5만 원 정도를 돈을 관리하는 팀장 계좌에 넣었다.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달 최소 40만 원에서 최대 70만 원이 모였다. 본보가 확보한 해당 계좌를 살펴보면 이 기간 직원 8∼14명이 5만 원 이상씩 입금했다.

부정 수급한 수당은 직원들의 회식 등의 용도로 쓰였다. 대부분 식당과 카페, 마트, 빵집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확인된 18개월 동안 약 1000만 원의 지자체 예산이 유용된 셈이다. 직원들은 ‘사례비 운영’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입출금 내역 파일을 내부 온라인망을 통해 공유했다.

칠곡군은 사태 파악을 위해 집중 감사에 돌입했다. 부정 수급 금액은 모두 환수 조치하고 사안이 심각하면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센터 일부 직원들은 상급자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고 밝혀진 기간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부정 수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간부는 “지자체 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의혹에 대해)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칠곡군보건소 관계자는 “센터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부정 수급을 하다가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집중 감사를 통해 불법 행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칠곡군정신건강복지센터#예산 일부 유용#출장 내역 허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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