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만들어주고 논문까지 써준 학원강사 등 78명 적발…1건당 수백만 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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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라면서 왜 구동 원리조차 모르는 거죠?”

지난해 고교생 A 군은 한 온라인마켓에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앱을 올렸다. 일반 고교생은 하기 힘든 수준 높은 작업이었지만 A 군은 며칠 만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입시에서 관련 학과에 지원한다면 수시전형 등에서 충분히 차별화할만한 ‘좋은 스펙’이었다.

하지만 이 앱은 A 군이 만든 게 아니었다. 한 유명 입시컨설팅 학원의 강사가 대신 개발해준 것이었다. 실제로 경찰이 A 군에게 앱에 대해 질문했더니 전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 입시에 유리한 입상대회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앱은 물론 논문이나 발명품 등을 대신 제작해준 학원 관계자와 해당 학생들이 대거 검찰에 넘겨졌다. 관련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학원장은 23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각종 대회에 제출할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학생들에게 건넨 입시컨설팅학원 관계자 18명과 이를 이용해 입상한 학생 60명 등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생들 대부분은 고교생이고, 일부 재수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원장 B 씨는 서울 강남 등에 입시컨설팅학원을 차려놓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모집했다. 대외적으로 홍보물 등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상담 과정에서는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유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원하는 논문이나 독후감 등을 의뢰하면 학원 강사들에게 맡겨 만든 뒤 1건 당 100만~500만 원을 받고 넘겨줬다. 해당 강사들 중에는 명문대 대학원생이나 전문직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문가 등이 대리로 제작한 창작물 다수는 교내외 대회에서 입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부는 국내 대학의 수시전형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 측은 학부모나 학생들과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꼼꼼하게 체크해서 전문가 티가 나지 않도록 (글 표현 등을) 본인 말투로 바꿔 수정해야 한다”며 치밀하게 범행을 진행했다.

관련 학생 60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실제로 논문이나 발명품 등의 대리 제작을 해준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대회 등에) 제출하지 않았거나 수상 실적이 남아있지 않아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입건하지 않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입상이 안 됐을 경우엔 법률적으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관련 대학과 입상대회 주최 측에 통보해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들이 입시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시나 취업 등의 분야에서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수사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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