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흔적 안고 숨진 16개월 입양아기, 아픔 끊어준 어른은 어디에도 없었다

  • 동아일보

5개월 전부터 학대의심 상처 신고
경찰, 3차례 부모 조사 “혐의 없음”… 입양기관 “신고 외 관여 권한 없어”

올해 2월 입양됐다가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숨진 16개월 유아의 양부모는 입양 8개월 동안 3번이나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모두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아동 관련 기관들은 경찰 신고 외엔 격리 조치 등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3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진 A 양의 아빠(35)와 엄마(33)는 5월과 6월, 9월에 세 차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특히 5월과 9월은 아이를 살펴본 병원 측이 신체에 의심스러운 상처 등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하지만 5월 25일 첫 신고 뒤 다음 날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6월 29일 두 번째 신고 때는 다음 달 부모를 입건해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뒤 8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9월 23일 세 번째 신고 역시 내사 종결에 그쳤다.

A 양은 경찰의 마지막 조사가 끝난 지 20일 뒤인 13일 오후 6시경 숨을 거뒀다. 병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엄마가 데려온 A 양은 정밀검사 결과 두개골이 골절돼 있었으며, 뇌 손상이 발견됐다. 복부에도 다량의 피가 차 있었다고 한다.

A 양의 입양을 진행했던 입양기관과 입양 이후 상황을 체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은 5월부터 부모를 상대로 10여 차례 전화 또는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입양기관 측은 “신고 외엔 관여할 권한이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여성청소년과장을 팀장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A 양 사망 이전의 신고 3건이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양 부검 결과 아동학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부모를 입건할 방침이다.

조응형 yesbro@donga.com·한성희 기자
#학대#입양아기#16개월#경찰#입양기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