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탓에 강풍… 삽시간에 불길 번져 수백명 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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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10차로 도로 밖으로 불길 튀어…맞은편 대형마트에 옮겨 붙기도
소방관들 각층 돌며 수색작업…헬기 못떠 옥상 올라 주민 구조

9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0.10.9 © News1
9일 오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0.10.9 © News1
8일 오후 11시 14분 울산 남구 달동에 있는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주변에는 일본에 상륙하는 제14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초속 1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아파트 12층 베란다에서 시작된 불은 외벽을 타고 33층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다. 외벽 곳곳에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외벽 마감재가 있어 불길은 빠르게 건물 위아래로 퍼졌다.

늦은 밤 아파트 안에 있던 주민 수백 명은 갑작스러운 대형 화재에 집 밖으로 뛰쳐나와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일부 사람들은 물을 적신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가까스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차마 신발을 신을 새도 없이 맨발로 집을 뛰쳐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건물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 주민 23명은 불길을 피해 옥상으로 대피했다. 소방대원들은 직접 옥상에 진입해 피신해 있던 주민 구조를 시도했다.

같은 시각 소방에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주민들의 구조 요청 전화가 빗발쳤다. 건물 주변에는 “이곳에 살고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소방당국은 인근 소방서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를 진압하면서 인명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였다. 이날 현장에 투입된 100여 명의 소방대원은 각 가구를 돌며 사람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화재 발생 1시간이 넘도록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다. 현재 정확한 인명 피해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소방본부는 건물 12층에서 최초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여전히 화재 원인이나 정확한 발화 지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전 1시 현재 외벽으로 번지던 불은 일부 잡혔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여전히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씨가 날리면서 왕복 10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맞은편 대형마트 옥상에도 한때 불이 옮겨 붙었지만, 다행히 금방 진화되면서 추가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유독가스 등을 흡입한 주민 28명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소방 관계자는 “건물 옥상에 대피해 있던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피신시켰다”면서 “구체적인 피해 정도나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2018년에도 주상복합아파트와 관련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그해 6월 26일 세종시에선 지상 3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소방관 3명을 포함해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는 대형 가림막과 자재가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한 데다 공사 중이라 소방시설이 없이 피해가 컸다.

이번 화재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1994년 7채였지만 2011년 887채, 2015년 1478채 등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고층 건물은 저층부에서 발생한 화재도 외벽 마감재를 타고 빠르게 건물 전체로 불이 번져 위험하다.

울산=정재락 raks@donga.com / 강승현 기자
#울산#울산화재#삼환아르누보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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