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부정수급·불법동물 실험' 등 혐의도
첫 공판기일…혐의 부인, 사실·법리 등 주장
공동피고인들도 혐의 부인…내달 재판 속행
아들 부정입학, 불법 동물실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천(55) 서울대학교 교수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8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사기,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교수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교수 측은 이날 검찰이 밝힌 혐의들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 측은 먼저 “2015년 강원대 편입 입시 당시 아들에 대해 청탁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며 “아들이 수학계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이 교수가 학부모로서 일부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이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아들의 계획서에는 허위내용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의 “2018년 서울대 대학원 입시 당시 이 교수는 입학원서 마감 다음날 입학본부에 (아들이 지원한 사실을) 알리고 회피해 모든 업무에서 스스로 배제됐다”며 “해당 업무는 이 교수와 무관하게 동료교수가 진행했으며, 동료교수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해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카의 입시에 관여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교직원의 4촌이내 직계존비속이 진학할 경우 입학본부에 신고해 회피제척하도록 한 규정을 몰랐다”며 “일부 출제와 채점에 관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또 “실험견을 사육판매 농장에서 구입하면서 유통가격보다 비싸게 (청구)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관련 시장이 우리나라에 형성돼있지 않아 (해당 가격으로) 계속 공급된 것일 뿐 실험견 가격을 부풀려 편취할 의도로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실 소속 외국인 유학생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돌려받은 것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산학협력단의 연구비 사용규정에 위반됐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법리적으로는 사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당시 개를 차에 실어 수백㎞를 왕복하는 수고로움과 실험견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농장업주에게) 혈액채취 기술을 가르쳤다”며 “검사는 이 농장업주가 식용견 사육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 교수 입장에서는 엄연한 공급자 내지 조력자로 윤리적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동물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이 교수와 함께 기소된 동료 교수 등 5명의 피고인들도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내달 12일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자신 아들과 조카의 부정입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아들이 지난 2015학년도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편입학 과정에 응시했을 당시, 이 교수는 자신의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을 수학계획서에 기재해 제출하고 평가위원들에게 청탁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께 서울대 대학원 입학시험 문제를 유출해 아들이 합격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교수는 자신의 조카가 지난 2013년 10월께 서울대 수의과대학원에 응시한 사실을 알고도 물러나지 않고 입학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외국인 유학생 관련 연구비 약 1600만원을 돌려받고 실험견 공급 관련 대금을 과다 청구해 약 2억원을 받는 등의 혐의도 받는다.
지난 2018년께에는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 없이 검역탐지견을 반입해 실험하고, 자격이 없는 식용견 농장 업주에게 채혈을 맡긴 것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복제된 국가 사역용 탐지견 ‘메이’와 ‘페이’, ‘천왕’ 세 마리의 은퇴견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불법 동물실험을 벌이고 식용 개농장에서 실험용 개들을 공급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이 교수 아들이 부정행위로 판정된 논문을 편입학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강원대에 입학 취소를 통보하는 한편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대도 특정감사로 위 정황을 파악해 이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동물실험과 관련해서는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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