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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조상님께 절할때도 마스크… 음식은 개인접시에 덜어 드세요

입력 2020-09-24 03:00업데이트 2020-09-2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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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 2020] <下> 코로나시대 추석 ‘방역예법’
언택트 추석, 꼭 만나야 한다면 이것만은 꼭
추석을 앞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절을 할 때 마스크를 쓰고 해도 괜찮은가요?’ ‘차례상에 올릴 전과 송편은 여럿이 모여 직접 만들어 왔는데, 올해는 주문해서 써도 될까요?’ ‘할머니께 마스크 쓴 채로 주먹 인사 해도 되나요?’ 같은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수칙과 전통적인 예법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궁금증과 고민을 나누는 것이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유교에선 시중(時中·때에 맞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란 표현이 있다”며 “지금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유교적 예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정을 나누는 것이 정답이라는 설명이다. 마스크를 벗지 않고, 만남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음식 덜어 먹기 등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족을 위하는 ‘방역 예법’이다.

○ 귀성길도 집 안에서도 방역이 최우선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임영진 씨(48)는 가족 3명이 대구에 내려가기 위해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빌렸다. 휴게소에서는 화장실만 이용하고, 식사와 휴식 등을 모두 차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다. 임 씨는 “도시락을 싸서 차 안에서 먹기로 했는데 딸은 소풍 가는 기분이라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이동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기차를 타고 경남 창원시로 가는 이모 씨(36) 부부는 “평소 차 안에서 영상물을 보여주지 않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좌석 사이를 오가지 않도록 노트북과 태블릿PC로 애니메이션을 보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이용 중 음식 섭취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손소독제를 챙겨서 손잡이나 의자 등을 만진 뒤에는 수시로 소독을 하는 게 좋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갈 땐 1m 이상 간격을 두고 줄을 서야 한다.

귀성길에 방역 고삐를 죄다가도 고향 집에 도착하면 긴장감이 풀어질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자기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섬세하게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바이러스가 퍼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불편해도 마스크를 끼고 접촉을 최소화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여럿이 식사를 하는 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상황이다. 가급적 직계가족만 단출하게 하고, 적은 인원이라도 개인 접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추석 당일 아들 내외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최선아 씨(66)는 ‘덜어 먹기’를 위해 실리콘 주방 집게와 작은 국자를 여러 개 샀다. 식사는 식탁이 아니라 마당과 연결돼 환기가 잘되는 거실에서 하기로 했다.

가족과 만났을 때는 포옹이나 악수보다는 목례를 하며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환기는 하루 두 번 이상 충분히 하고 리모컨, 방문 손잡이, 변기 물내림 버튼 등 여러 사람이 만지는 곳은 하루 한 번 이상 소독제로 깨끗하게 닦아야 한다.

○ 가족 건강을 지키는 배려가 예의

일단 고향 집에 가면 친지 방문이나 성묘를 생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차선책은 동선과 참석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족의 마음이 상할까 봐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끼고 절하는 것, 성묘를 생략하는 것, 친척집을 방문하지 않는 것 모두가 가족을 위한 예의다.

김경선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는 “어르신을 찾아뵐 경우 마스크를 쓰고 있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찾아뵙지 못할 경우 전화로 인사하는 것이 현 상황에 맞는 예의”라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낀 채 절을 하는 게 왠지 예의에 어긋날 것 같다는 질문에 김 원장은 “어른 앞에서 안경을 쓰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 보던 시절이 있었다. 양해만 구하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이 하는 주먹 인사는 어른에게 할 경우 무례해 보일 수 있으니 목례를 하라고 조언했다. 두 손을 배에 얹고 목례를 하는 건 우리 전통 인사법이다.

가족들이 미리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대화와 이해를 나누면 추석 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원장은 “가족들이 상의해 ‘고령인 할머니의 건강을 고려해 식사 시간 외엔 마스크 쓰기’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성묘는 다음에 하기’와 같이 설득력 있고 구체적인 원칙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이런 이야기는 어른이 나서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것이 어렵다면 사위나 며느리보다는 딸이나 아들이 논의를 이끌어 가라고 김 원장은 조언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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