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4주 차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수술을 시행한 뒤 태아가 살아서 울음을 터뜨리자 숨지게 해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산부인과의사가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형량은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장철익 김용하)는 27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산부인과 전문의 윤모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업무상 촉탁낙태죄 혐의는 무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업무상 낙태를 유죄로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본다”며 “1심에서 유죄로 선고된 업무상 촉탁낙태죄를 제외한 사체손괴와 의료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상 촉탁낙태죄 혐의를 무죄로 뒤바꾼 까닭과 관련해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의 잠정 적용기한이 올해 31일까지 시한이 남아있어서 당분간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1심도 그러한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본다면 잠정 적용기한이 남있어도 동일하게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Δ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수술을 하는 경우 태아가 살아 나올 것을 예견했음에도 낙태를 감행한 점 Δ태아가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양동이에 아이를 넣어 살해한 점을 고려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씨는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34주차 임신부에게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과정에서 아기가 살아있는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윤씨는 아기의 사체를 냉장고에 넣고, 의료폐기물과 함께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윤씨는 마취과전문의 박모씨와 공모해 태아의 심장이 선천적으로 좋지 않았다며 진료기록지를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임신기간이 34주나 되고 낙태수술 중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났음에도 아이에게 아무런 조치 없이 양동이에 넣어 사망하게 한 것은 비난 정도가 크다”며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미숙아라고 해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으로 경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간호조무사와 병원 직원을 접촉해 ‘출산 당시 아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허위진술을 종용하고,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윤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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