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도심서 고려인 집단 난투극…호루라기로 막은 용감한 ‘투캅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7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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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패거리가 이미 싸움을 시작했고 분위기도 살벌했습니다.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삼단봉을 뽑아들고 검거에 나섰습니다.”

올 6월 20일 밤 경남 김해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졌던 ‘고려인 난투극’을 조기에 진압한 김해중부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김남철 경사(38)와 김동욱 순경(28)은 7일 본보와이 인터뷰에서 검거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고려인(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 30여 명은 한 사설 주차장에서 골프채, 야구방망이, 벽돌 등을 들고 상대를 향해 공격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 때 김 경사와 김 순경은 초등학생 미아를 찾아 보호자에게 인계한 뒤 걸어서 지구대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김 경사는 “김 순경과 둘이 상대하기엔 많은 인원이었지만 전자 호루라기를 불면서 다가갔다”며 “싸움을 시작하던 그들도 정복 경찰을 확인하고는 흉기를 상대방에게 던지고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경사는 삼단봉과 테이저건을 휴대하고 있었고 김 순경은 38구경 권총을 소지한 상태였다.

두 경찰관은 일부 고려인들이 차량에 올라타 도망가려하자 주차장 출입문을 막아선 채 검거에 나섰다. 금방 5명을 체포했다. 마침 김 순경의 무전을 받은 지구대 근무자들이 달려왔고 순찰차와 형사기동대도 출동했다. 지구대는 주차장에서 100여m 떨어져 있다.

김 경사는 “초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인명피해가 생길 것 같았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패거리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신속한 조치로 상황은 3분 만에 모두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난투극에서 부상자는 2명에 그쳤다.

경찰은 그날 현장과 주변에서 18명을 붙잡았고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수사에 나서 모두 63명을 검거했다. 이 중 23명을 구속했다. 이들의 난투극은 국내 체류 중인 고려인 보호비 상납 문제를 둘러싸고 조직 간 세력 다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사는 키 179㎝에 73㎏, 김 순경은 178㎝에 80㎏으로 건장한 체격이다. 무술 유단자들이다. 김 경사는 평소 마라톤과 로드사이클로 체력을 관리해왔다. 2009년 경기 시흥경찰서에서 순경으로 입문한 김 경사는 2017년 경남경찰청으로 옮겼다. 그동안 실적 우수, 수배자 검거를 통해 20여 차례 표창을 받았다. 김 순경 역시 성실하고 의욕 넘치는 새내기다.

김성철 김해중부경찰서장은 “두 경찰관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렸다. 만약 머뭇거리며 조기 진압을 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사건으로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서장은 경남경찰청, 경찰청과 협의해 용감한 ‘투캅스’를 격려할 계획이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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