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들은 왜 망치로 아버지 죽였나…원인은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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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8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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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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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지만 화창했던 지난 3월12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의 집에 있던 A씨(36)는 일흔을 바라보는 아버지 B씨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A씨의 손에는 베란다에 있던 길이 44㎝의 나무자루 망치가 쥐어져 있었다.

방에 들어간 A씨는 자고 있던 B씨의 몸 위에 올라탄 뒤 머리를 내리쳤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다른 사람이 침입해 아버지를 죽였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수사관의 추궁에 곧 자백했다. 아버지에게 혼날까봐 두려웠다는 것이 A씨가 자백한 범행의 이유였다.

A씨는 평소 텔레비전 음량을 크게 틀고 TV를 시청했다가 아버지 B씨로부터 자주 혼이 났다. 범행 당일에도 아버지에게 혼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A씨는 그 두려움을 끝낼 불행한 방안을 강구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 A씨의 심신 미약 상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조사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만 17세가 되던 2001년부터 정신지체와 조현병 증세를 앓았다. 환청과 피해망상 같은 증상이 동반됐다.

A씨의 치료를 담당해온 의사는 “A씨의 정신지체가 심각하고 난폭하며, 감정 조절과 충동성 조절이 어렵고, 인지능력과 판단력 저하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와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의견을 냈다. 따로 살던 어머니와 형은 A씨 치료가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검찰은 지난달 5일 징역 15년과 치료감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1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에 해당한다”며 “아버지에게 앞으로도 혼이 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를 살해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A씨에게 징역 7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 아니라 살인 경향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치료감호를 통해 조현병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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