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도 시대 맞게 변해야… 주민 참여 확대해 주권 강화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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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주민이 주인공이다] <下> 전문가 좌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관련 좌담회 참석자들이 법 개정의 취지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기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제종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이재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관련 좌담회 참석자들이 법 개정의 취지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기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제종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이재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부가 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본보는 지방자치법 개정의 필요성과 현장의 목소리, 향후 기대효과 등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문병기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제종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 이재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이 참여했다.

―지방자치의 의미와 필요한 이유는….


▽문병기 회장=지방이 스스로 정책에 결정권을 갖는 게 바로 지방자치다. 주민주권 구현을 위해서라도 지방자치는 필요하다. 지역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복지, 경찰, 교육 등 각각의 영역에 관한 정책 수요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지방이 해결하고 어려울 때만 중앙에서 지원하는 게 민주주의 대원칙에도 부합한다. 국가의 성장과 효율성도 확보될 수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지방자치의 성과는….


▽제종길 사무총장=지역의 개성이 모여 국가의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이다. 2008년 금융위기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지방에 어려움이 닥치자 창의적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드라이브스루, 천 마스크 제작 및 보급 등 창의적인 해결 모습을 보여줬다. 중앙의 지침만 따라 통제했다면 해결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성환 사무총장=‘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관념적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과거에는 권력의 집행 작용으로 인식됐던 행정이 이제는 서비스로 불리고 있다. 전남의 ‘백원 택시’, 서울 자치구의 ‘횡단보도 앞 그늘막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지방정부는 놀라운 행정력을 보여줬다. 지역주민에 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방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추진 취지와 주요 내용은….

▽이재관 실장=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의 근간으로 하나의 헌법에 가깝다.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변화된 시대에 맞는 틀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핵심은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지방자치 정착에 기여해왔다. 그 과정에서 자치의 진정한 주체인 주민의 참여는 다소 부족했다. 개정안은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꾀하고 주민참여권을 명시하며, 각종 참여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움직임을 보며 기대하는 점은….

▽제=주민자치회 신설이나 주민조례발안법 도입, 참여기준 완화 등 주민주권 강화와 주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에 관심이 간다. 지자체장이나 의회로서는 감시 기회가 많아져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주민주권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해 조직과 재정의 자율권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온 중앙지방협력회의가 개정안에 포함됐다. 특별지방자치단체 근거도 신설됐는데, 이를 통해 2개 이상의 지자체가 연합하는 새로운 지자체 모델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후에는 중앙정부가 맡던 업무 중 많은 부분이 지방정부로 이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맨체스터시는 10여 개 지자체와 연합체를 구성해 중앙정부 협상을 통해 광역교통망, 주택 공급 계획 등의 권한을 이양받고 예산도 지원받는다.

▽이=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가 기관을 다양한 형태로 구성할 길이 열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26개 시군구가 있다. 인구로는 1만 명 이하부터 100만 명이 넘는 곳까지 다양하지만, 기관 구성 형태는 모두 대립형으로 동일하다. 기관 구성 다양화가 도입되면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지역에 맞는 기관 구성 형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활동을 못미더워하는 국민도 있다. 기대수준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지자체와 의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는 매우 높아졌다. 일부는 이런 눈높이에 못 미친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자치권 확대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도 담겨 있다. 지방의회에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견제장치가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지자체의 재무나 조직 정보, 의정활동 내용도 주민에게 적극 공개하도록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면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가능할까.

▽문=지자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지자체마다 다양한 이슈가 있겠지만 일단은 협력을 통해 쟁점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시도지사협의회와 시군구청장협의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20대 국회에서는 이견이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정청의 의지가 있다면 통과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제=
21대 국회에 지자체장 출신 의원이 40여 명이나 진출했다. 이분들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통과에 협조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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