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펍에 모여 얼싸안고 “건배”…자가격리중 해외 다녀오기도

강동웅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0-07-05 21:22수정 2020-07-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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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광안리 해수욕장을 방문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서객들.2020.7.5 © 뉴스1
“응원가 크게 부르는 분께 응원도구 선물 드립니다!”

3일 오전 4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스포츠 펍(pub)에서 사장의 말에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66㎡ 남짓한 공간에 모인 80여 명은 대형 스크린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 갈수록 느슨해지는 거리 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관중’ 스포츠 경기가 계속되면서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단체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동아일보가 3일 새벽부터 4일 밤까지 서울 마포구와 송파구 일대 스포츠 펍 5곳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은 현장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4일 오후 6시경 송파구의 한 스포츠 펍. 야구 팬 20여 명이 마스크 없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는 건 기본이고 얼싸안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 직원은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40명 정도 몰려와 가게를 꽉 채운다”며 “다들 흥분해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스포츠 펍은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전자출입명부 작성 의무도 없다. 5곳 가운데 그나마 수기 명부라도 작성을 요구한 업소는 1곳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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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수칙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5, 26일 강원도의 한 호텔에서 단체로 걸그룹 공연을 즐기며 술을 마신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 회원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어깨동무를 하며 유흥을 즐겼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자가격리 중 무단으로 해외에 다녀오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7일 미국에서 입국한 정모 씨(23·여)는 자가격리 기간인 나흘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 27일 재입국했으나 출입국 과정에서 아무 제재도 받지 않았다. 강남구는 뒤늦게 4일 정 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자 1071명 중 492명이 기소 송치됐다. 일부러 반복해서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도 7명이나 된다. 5월 26일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수사를 받은 경우도 110건에 이른다.

● 다시 켜진 ‘2차 유행’ 위험 신호
방역수칙 준수가 느슨해지면서 지역 감염 환자 수는 여전히 하루 3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46.9명이고 이 중 31.1명이 지역사회 환자였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의 비율은 앞선 2주보다 0.8%포인트 상승해 10.7%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향 기준(10% 이상)을 넘긴 것. 방역망 내 관리비율은 지난 2주간과 마찬가지로 80% 미만을 기록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감염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원 클럽 및 쿠팡 물류센터발 수도권 집단감염이 잦아드는 듯 하더니 곧이어 지방의 지역감염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최근 2주간 수도권 일평균 확진자 수는 19.4명으로 이전 2주(33.4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이외 지역 환자 발생은 3.4명에서 11.7명으로 크게 늘었다. 보건당국은 ‘작은 집단 감염’이 다수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방역 감수성’이 사람마다 달라 큰 집단감염이 터지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고 본다”며 “거리 두기 단계의 기준을 더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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