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세 의붓아들 끝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16시 14분


코멘트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구속됐다. © News1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구속됐다. © News1
의붓어머니의 요구로 여행용 가방에 감금됐던 초등학교 3학년 A 군(9)이 끝내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은 A 군이 1일 심정지 상태에서 가까스로 구급대에 구조돼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 치료를 받아왔으나 사흘만인 3일 오후 6시 30분 경 사망했다고 4일 밝혔다.

A 군이 심정지에 이른 상황은 이렇다. 경찰에 따르면 1일 정오경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한 아파트. 어머니 B 씨(43)는 A 군에게 가로 50㎝, 세로 70㎝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A 군은 가방 안으로 몸을 구겨 넣듯이 들어갔다. 몇 시간이나 웅크리고 있던 A 군은 용변을 봤고 이를 알게 된 어머니는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이렇게 7시간이 넘게 웅크리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심정지가 왔다,

B 씨는 A 군을 가방에 가두고 3시간가량 외출했고 귀가한 뒤 A 군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제서야 B 씨는 119구급대에 연락했고 A 군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 군이 두 번째 들어간 가방은 가로 44㎝, 세로 60㎝에 불과했다. B 씨는 경찰에서 “A 군이 거짓말을 해 체벌의 의미로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의 발과 등, 엉덩이 등에는 멍과 상처가 보였다. B 씨는 지난 달 초 A 군에게 폭력을 행사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3일 A 군의 의붓어머니 B 씨(43)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B 씨는 1년 반 전 A 군의 아버지와 재혼해 A 군과 자신의 10대 아들과 딸 등과 같은 집에서 살았다. 사건 당시 A 군의 친아버지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 폭행, 아버지의 폭행 방조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