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돌며 확보한 희귀원목 생활가구로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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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원목 테이블 시장 개척한 영림목재 이경호 회장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 2일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본사 원목 우드슬랩 전시장에서 수백 년 된 원목 테이블의 원산지와 나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이 2일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본사 원목 우드슬랩 전시장에서 수백 년 된 원목 테이블의 원산지와 나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지문처럼 나뭇결도 다 다르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원목 테이블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70)은 원목업계에서 ‘나 홀로의 길’을 개척하는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영림목재를 악기 소재 등 특수목 생산 업체의 대명사로 키웠고, 품질 인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선박장비인증(EU-MED)’을 2016년 국내 처음으로 취득해 상선, 크루즈선에 사용되는 고급 목재를 공급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부터 아프리카, 북미, 남미, 일본을 누비면서 수령 150∼350년 된 원목을 사들여 통원목 테이블인 ‘우드슬랩(우드슬래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창사 50주년을 앞둔 2018년 10월 인천 남동산업단지 내 본사 원목창고를 개조해 ‘나무로 우드슬랩 전시장’을 개관한 데 이어 4, 5일 가구거리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1, 2층 건물에 ‘나무로 우드슬랩 제2전시장’ 문을 연다. 이 회장은 “지난 10년간 호두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삼나무, 부빙가, 물푸레나무, 가링 등 수많은 종류의 대형 원목 4000개를 확보했다”며 “이 원목들을 잘라 1∼5년간 건조 작업을 한 뒤 테이블, 침대와 같은 생활가구로 다듬어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목 테이블 우드슬랩은 자연미가 넘치는 데다 희귀품이기 때문에 평균 300만∼500만 원의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전시장에는 최고 8000만∼1억2000만 원에 이르는 명품도 있다. 문양과 형태가 다 다르기 때문에 우드슬랩만 모으는 수집가들이 생겨날 정도다. 일종의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 합성어) 대상에 속할 만큼 우드슬랩이 예술품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이 회장은 본사 원목 창고와 제재소를 대형 우드슬랩 전시장으로 단장해 놓았다. 나무향이 가득한 이곳에서 수천 종의 원목 테이블은 물론이고 이를 가공할 때 나온 자투리 재목으로 만든 침대, 협탁, 책장, 의자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원목 미니 자전거, 미니어처 기차, 계산기와 같은 생활소품도 갖추고 있다. 각각의 원목 테이블 앞에는 원산지와 수종, 크기를 적은 명찰을 달아놓았다.

‘목재에 예술을 입히다’라는 글귀가 있는 전시장에는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친 우드슬랩도 전시해 놓고 있다. 서예가가 멋진 한자로 옛 명언을 적어 놓았는가 하면 명인이 옻칠을 한 원목 테이블을 감상할 수 있다.

이 테이블들은 제재소에서 적당한 크기로 절단된 뒤 충남 당진에 있는 영림목재 건조 및 가공공장에서 자연건조, 인공건조, 숙성 및 양생건조, 표면 가공, 도장 등의 작업을 거쳐 탄생된 것이다. 원목의 뒤틀림 방지를 위해 길이 7m 이내 원목은 기계건조실에서 저온 상태로 건조시킬 수 있지만, 7m 이상일 경우 자연 상태에서 3∼5년간 건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도 이제 벌목과 원목 반출을 금지하는 규정이 강화되고 있어 특이한 문양의 원목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원목 수입, 재고 처리 시스템을 갖춰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로봇을 이용한 생산 자동화 시설을 갖춘 영림목재는 통원목 테이블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해양플랜트, 크루즈선용 목재 시장에도 본격 진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자신과 어머니, 부인 등 가족 세 명이 1억 원 이상을 기부한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회원이면서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장, 50년 전통의 인천남성합창단 단장, 피지 명예영사를 맡고 있다. 그는 “목재업계에서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벌목과 반출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원목을 체계적으로 비축하고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통원목 테이블 시장#영림목재#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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