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 대담]초중고부터 실질적 경제교육… 산업현장 경험 살린 정보 인프라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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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2030에게 필요한 것은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왼쪽)과 김학주 한동대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왼쪽)과 김학주 한동대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학개미운동’으로 표현되는 개미 투자자들의 최근 주식투자 열풍에 참여하는 ‘2030세대’도 상당수다. 이들 가운데는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도 많다.
젊은 세대들의 재테크에는 절실함이 있다.
자신들이 수입으로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부동산 가격,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의 축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른 나이에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홀로서기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제관을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경제적 활동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경제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다. 진학 위주 교육만 받았던 2030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경제 판도 변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적 전개,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경제의 활성화 등 2030세대 앞에 놓여진 환경은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해 예측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동학개미운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2030의 투자 성적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들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 경제 활동의 기본을 갖추는 것은 더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미래 세대의 경제적인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한 교육적,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학주 한동대 교수와 김동환 대안경제연구소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김동환1967년생,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경제 유튜브 삼프로tv 대표.경희대 졸, 영국 버밍엄대 석사,한성대 경영학 박사.
김동환
1967년생, 대안금융경제연구소 소장.
경제 유튜브 삼프로tv 대표.
경희대 졸, 영국 버밍엄대 석사,
한성대 경영학 박사.
김학주1963년생. 한동대 교수.서강대 졸, 영국 에든버러대 MBA.한가람투자자문 운용총괄,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임.
김학주
1963년생. 한동대 교수.
서강대 졸, 영국 에든버러대 MBA.
한가람투자자문 운용총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임.


―2030의 투자실태는 어떻습니까?

김동환 소장: 공부를 통해서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2018년 비트코인 광풍과는 다른 점입니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경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암호화폐 투자에서 얻은 반성도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2030은 부를 추구하지만 부에 대한 개념이 없고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어떨 땐 부자에 대한 굉장한 반감도 표출합니다. 공부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가면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는데 이 방법 대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김학주 교수:
2030은 기득권의 부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택했습니다. 재주만 잘 부린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 투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이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기득권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저금리로 풀어진 돈이 실물경제로 옮겨가 성장과 고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 돈이 금융자산의 거품을 만들어 기득권의 부를 만드는 데 쓰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득권과 너무 벌어진 갭을 메꾸기 위해 한 방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2030세대의 절박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김 소장:
기성세대가 겪었던 환경 차이가 큽니다. 우리 세대는 공부하고 일하느라고 재테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고민 안 해도 됐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높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 승진하면 연봉이 올라갔습니다. 집값이 비싸지 않았을 때라 연봉만 오르면 집을 사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연봉이 높고 상대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대기업 트랙에 올라탄 이들은 원래 부자이거나 특목고 출신들이 많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려받을 수 있는 재산이 없는 젊은이들은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를 알고, 양극화를 체험하면서 직업 외적인 자본소득, 근로소득에 대한 욕구를 느껴 어쩔 수 없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뛰어드는 것입니다.

김 교수: 소장님 말씀처럼 과거에는 우리가 성장하는 사회였습니다. 재테크가 아니더라도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저성장으로 돌아섰기에 기성세대가 가졌던 기회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가속화되는 노령화로 인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가 돼 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구 경제가 무너지고 신 경제가 올라오고 있는 지금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자본을 축적한 기성세대의 투자 패턴을 2030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모른 채 자산을 투자합니다. 투자 설계를 한 다음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데 수익 이후의 플러스 알파만 보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2030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지요.

김 교수:
모든 경제 수요는 인구 구조에서 나오는데 과거는 만들기만 하면 팔렸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맞춤형이라는 스마트 개념이 들어간 것만이 팔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바이오 산업이 뜨는 것도 은퇴 시점에 들어선 베이비붐 세대들이 아프고 건강상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 컴퓨터 공학 등 신산업에서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주는 곳보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올라오는 곳으로 찾아가서 직업을 구하거나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기업이 성장 잠재력이 있는 블루 오션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이 기업만의 핵심 경쟁력이 있는가를 봐야 합니다. 셋째,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역량을 외부와 협업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서울대 나온 친구들도 안정성을 중시해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 대기업과 월급을 보고 갔을 때 20년이 지난 다음에도 대기업의 가치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김 소장: 진짜 부자가 되고 싶으면 돈이 흘러 다니는 길목에 서 있거나 아니면 정보가 흐르는 길목에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교사, 공무원 혹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 후 돈 벌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관계없는 직업을 갖고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직장 일을 하면서 재테크를 잘해 부자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합법적인 정보에 접근해 해석할 수 있는 직업, 즉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직원이 된다면 양쪽을 다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목표로 세운 지향점과 직업이 받쳐주지 않는 부조화가 일반화돼 있습니다. 만약 제가 대기업에 취직을 못 하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노량진 가서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대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 중개인이 될 것 같습니다.

―교육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인 경제교육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요.

김 교수: 금융지식을 가르쳐야 하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금융지식은 개인이 이를 활용해 신성장 기업을 이해하는 데 필수 요소입니다. 현재 금융기관은 기업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지 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 됐습니다.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활용하는 역량이 투자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표준화된 정보와 시스템으로는 신성장 산업을 가르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성공하는 창업교육을 시키려면 현재의 대학 시스템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학 교육이 주도적 창업을 가능케 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려면 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한 사람이 더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연구를 한 사람과 현장 경험이 있는 교수 비율이 반반이지요. 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정보 획득에 필요한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산업이 부각되고 있는가를 쉽게 알 수 있으려면 정부가 나서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김 소장: 초중고교에서 경제교육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같은 내용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지만 20만 명에 미달돼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교육이 없습니다. 지폐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 거의 대부분은 체면을 중시하는 성리학자들입니다. 돈을 사랑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면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돈에 대한 겉마음과 속마음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벗어나 초중고교 때 돈이 무엇인지, 돈을 어떻게 벌고 늘릴지 그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공교육의 경제교육 부재로 인해 부자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의 경제적 기본이 달라지고 이는 투자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대안도 있습니다.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지만 임금 피크제에 걸렸거나 명퇴한 분들 가운데서 일부를 선발해 교육을 시켜 공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경제교육에 대한 기본 없이 대학에 가서 경제교육을 받았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같이 가야 할 것이 지속적인 간접체험과 저축입니다. 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소득을 모아 투자를 할 수 있는 종잣돈을 모으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성숙하게 되며 잘 버텨내야 투자도 성공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커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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