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 의혹’ 첫 공판부터 공전…“수사기록 복사 지연”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3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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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1차 공준기일
한병도·황운하 총선 당선 후 재판시작
검찰, 열람등사 유예 "관련수사 때문"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첫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 측이 관련 사건 수사를 이유로 사건기록 열람·등사를 유예하면서 제대로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3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백 전 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어 백 전 비서관 등이 출석하지는 않았다.

이날 검찰은 “현재 피고인 13명 중 7명이 사건기록 목록에 대해 열람·등사를 신청한 상황”이라며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사소송법상 증인 증인보호 필요성, 관련사건에 대한 수사장애 등의 필요로 인해 열람·등사가 어려운 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사건 수사종결, 공소제기 등으로 사유가 해소되면 즉시 방어권 보장에 차질 없도록 허용할 예정”이라며 “시간은 대략 수사에 소요되는 약 2개월, 방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시간으로 1개월을 포함해 3개월 정도 예상되니 다음 기일도 그 후 재개되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됐고, 이에 대한 통보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백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경험상 수사기록이 방대하면 열람등사하는 데도 2주 이상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피고인 측 진술만이라도 일부 허용해달라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에 “전자소송이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 사건 기록을 전자기록으로 만들어 쉽게 열람·등사 및 검토를 하고 시간도 단축 할 수 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현재 수사기록이 약 4만7000여쪽에 이르고 증거로 제출할 기록은 3만쪽이 조금 넘는데, 스캔을 다 해놓아 시간은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며 “전체기록을 다 사본해드리기는 어려우나 피고인별 본인 진술은 적극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대해 “법률상 서류목록에 대해서는 검찰이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며 “서류 목록은 바로 허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 정리나 소송 관계인의 의견을 듣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판절차 진행도 무의미하다”며 내달 29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속행해 진행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백 전 비서관 등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 작성과 수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시장이 지난 2017년 9월 황 전 청장에게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황 전 청장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를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황 전 청장은 당시 김 전 시장 관련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들을 인사조치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외에 한 전 수석은 2018년 2월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등 자리를 제공하겠다며 출마 포기를 권유하는 등 사퇴를 목적으로 후보자 매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권 주요 인사들이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특히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국회의원 당선과 함께 재판을 시작하게 돼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29일 이들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총선을 이유로 미뤄졌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관련자들의 수사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관련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 잠금이 4개월여만에 해제되면서 변수가 될 증거가 추가로 나올지 주목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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