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횡령·배임 기업에 이사해임 등 주주권 행사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7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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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기업에 대해선 법원 판결에 관계없이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선다. 필요 시 이사 해임이 등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다만 산업과 기업 특성을 반영해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두고 중점관리사안으로 주주활동을 펼치는 등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2019년도 제9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심의·의결했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9차 기금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제안된대로 행사하되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측면에서 추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해 단서 조항을 넣었다”며 “주주제안을 하는 경우 개별기업의 특성이라든지 사정, 산업계 특성을 반영해 주주제안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넣어 조금더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중 ‘중점관리사안’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기업의 배당정책 ▲지나치게 높은 임원 보수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 사익편취 등 법령 위반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사안 ▲지속해서 반대의결권 행사 사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법령 위반과 관련, 국민연금은 1, 2심을 거쳐 3심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업가치나 주주권익이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 주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 장관은 “기업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을 때 대개는 3심까지 가서 확정돼야 법률적조치 취하게 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는 재판에서 확정되냐 안되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재판이 2심이냐, 3심이냐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고려할 사항도 아니다. 어떤 단계든 불법 우려가 있을 때 주주로서 행사해야 한다고 (기금위에서) 논의됐다”고 말했다.

대신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그 기업만의 사정이 있거나 산업계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주주제안 단계에서도 (제안을) 안 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며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주주제안 단계에서도 철회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었다”고 말했다.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기업 선정 및 주주제안 내용은 기금위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각각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로서 위원 간 논의를 통해 추진한다.

주주제안 철회 절차는 수탁자전문위원회 등 단계별로 가능하며 최종적으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가 정하게 될 전망이다.

종전에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으로 분류해 2단계 만에 적극적 주주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평가 하락’ 요건은 4단계인 ‘중점관리사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ESG 등급을 받았을 때 내용을 알아야하고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재계 지적은 적절한 지적”이라며 “2021년 이후에 시행해 내년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에게 적절하게 받았는지, 방어하게 되는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탁자책임활동 기간은 1년 단위로 하되 해당기업이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나 기금위 의결로 단계를 축소하거나 다음단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날 기금위는 2020년도 기금운용본부의 목표 초과수익률을 0.22%포인트로 결정했다. 목표 초과수익률은 기금운용본부가 시장 수익률을 초과해 달성해야 할 수익률의 목표치를 의미한다.

기금위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기금운용본부 역량 강화에 필요한 동기부여 등을 감안할 필요가 높다는 판단 아래 내년도 목표 초과수익률을 올해(0.22%p)와 동일하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채권 위탁운용 목표범위를 현행 10~14%에서 10~20%로, 해외채권 위탁운용 목표범위를 현행 50~70%에서 50~90%로 각각 확대할 예정이다.

기금위는 “중기자산배분에 따라 국내채권 비중이 감소하고 해외채권 비중이 증가하며, 해외채권을 위기시 대량 매각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안전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며 “국내채권 및 해외채권 위탁운용 비중이 변경될 것을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주주활동이 자의적으로 결정되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 절차를 투명하게 규정함으로써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더욱 높이려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라며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주주활동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자본시장도 더욱 건강하게 발전함으로써 대외적인 신뢰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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