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인들의 ‘아우성’…“이대로 가다간 돼지 따라 죽을판”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8일 0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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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살처분 장면 (자료사진) 2019.10.4 © News1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살처분 장면 (자료사진) 2019.10.4 © News1
“이동제한으로 제때 돼지 출하를 못하니까 몸집이 커져서 제값에 팔지도 못해 사료값이 더 든다. 돼지 똥오줌이 쌓이고 쌓여서 암암리에 땅을 파서 비닐을 깔고 묻는 실정이다. 똥도 한계고, 출하 못하는 고통도 한계치다. 이러다간 양돈업자들이 줄도산하고 빚더미에 나앉을 처지인데 정부에서는 이미 실패한 방역대책만 고집하고 있다.”

뉴스1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이후 이동제한과 출하금지 등으로 고충을 겪는 경기북부 양돈업자 다수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중앙정부의 방역체계와 현장간의 괴리감에 대해 성토가 잇따랐다. 무조건적인 과잉 예방적 살처분 정책 이후 농가는 제대로 보상받을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파산하는 양돈업자들이 다수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돈업자들은 “현재의 방역대책이란 살처분 또는 농장마다 초소를 세우고 양돈인들을 감시하는 것이 전부”라면서 “이 농장, 저 농장 돌아다니면서 채혈하고 살처분하는 수의사들과 용역업체들이 비교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 지역에 ASF가 발생하면 지자체에서 살처분에 동원할 1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해당업체는 40~5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서 살처분에 나서는데, 구제역 사태 이후 인도적 살처분 매뉴얼에 따라 생매장이 아닌 ‘주사’로 일단 돼지의 숨통을 끊은 뒤 파묻기 때문에 살처분에 걸리는 시간은 길게는 1주일가량 소요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 용역업체 직원들이 더 위험”

양돈인 A씨는 “살처분 때문에 발병농장을 드나드는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가장 바이러스 전파 위험요인이 많은데도, 지켜보면 농장을 빠져나갈 때 분무기로 소독하고 그 동네 목욕탕에 들렀다가 그 도시를 빠져나가는 게 소독의 전부”라면서 “농장 관계자들은 철저하게 이동통제하는 것에 비하면 용역업체들은 너무 느슨하게 뒤처리는 하는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농장마다 방문하면서 채혈하는 수의사들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양돈인 B씨는 ”작은 지자체는 수의사가 채 5명도 안 되기 때문에 발병농장이 생기면 일손이 부족하다. 이 수의사들이 발병농장 주변 농장에 채혈하러 돌아다니는 동안 출하는 금지되는데, 채혈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출하를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 지자체 동물위생시험소 소속 수의사는 농장주가 ‘거점소독 왜 안 들렀냐’고 묻자 ‘수의사는 소독 면제대상’이라고 당당하게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발병농장을 자유롭게 방문하는 수의사가 오히려 귀찮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소독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이다.

양돈인들은 출하금지로 인해 돼지가 특정시기를 넘겨 출하할 경우 제값을 받지 못해 빚이 늘어난다고 성토했다. 국내 도축장에서는 원하는 돼지의 규격은 생후 180일(6개월), 110~115㎏으로 정해져 있는데, 도축장 기계가 돼지를 처리하기 좋게 생긴 사이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균 한마리당 35~40만원을 받는데 이 규격을 벗어날 경우 제값을 못받는다.

이동제한에 묶여있다가 날짜를 넘겨 생후 200일짜리 돼지를 보낼 경우 한마리에 17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료값도 안 나오는 가격이라 빚만 쌓이는 구조다. 반면 이렇게 도축장에 팔린 돼지 한마리가 육가공처리돼서 도매시장에 나올 때는 186만원짜리로 가격이 뛴다. 생산자인 양돈인들만 고통받는 시장구조 자체의 문제도 이번 돼지열병 사태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제한에 출하시기 넘겨…”사료값도 안 나오는 X값“

특히 발병농장의 경우 관리소홀의 책임을 물어 돼지 한마리당 20%의 보상을 받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주변농장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70~80%의 보상밖에 못받는다고 토로했다. 살처분 이후 공백기 동안 빚을 갚느라 허덕이다가 텅 빈 농장에 재입식하려면 또 다시 산더미 같은 빚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양돈인들의 고충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살처분 정책만 강행하고 있다는데 양돈인들은 울분을 토했다.

양돈인 C씨는 ”정부가 ASF의 전파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지금의 방역대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경기북부권의 돼지를 모두 죽이고만 있다. 이는 양돈인들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출하금지 때문에 농장마다 돼지 똥오줌이 쌓여 처치곤란이라고도 호소했다. 배설물 또한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각 농장마다 자비로 물탱크를 사들여 똥을 비축해두는데 이마저도 가득차 악취 등 심각한 위생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땅을 파서 비닐을 깔아 똥오줌을 묻고 다시 덮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는 위법이다.

한 양돈인은 ”최신 시설개선 등 농가마다 평균적으로 수억원대의 빚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ASF 사태로 경기북부 양돈업이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양돈인들이 이러다가는 공멸이라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곧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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