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했는데 봉사활동 했다고 허위 기재… ‘엉터리 학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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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9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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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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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일부 고등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생 봉사활동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학생부는 대입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서울 중산고와 대동세무고에 대해 ‘학생 봉사활동 누가기록 기재 관리 부적정’으로 기관주의 처분과 시정요구를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5월 두 학교에 대해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 2016~2018년 일부 학생이 봉사활동 당일 질병이나 결석 등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학생부에 활동시간이 기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중산고는 해당 기간 동안 총 10명의 학생에게 봉사활동 3시간씩, 대동세무고는 총 27명의 학생에게 1~4시간씩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학생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두 학교가 특정학생의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의로 활동시간을 기록한 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교내 단체 봉사활동 시간을 일괄적으로 입력하면서 학생 출결 사항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부 기록을 너무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봉사활동은 ‘학종’에서 교과성적, 교내상 수상 실적, 동아리 활동과 더불어 학생의 진로적합성과 인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잣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섭 의원이 공개한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전형 입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합격자들의 평균 봉사활동 실적은 108시간이며, 400시간을 넘긴 학생도 있었다.

봉사활동 시간 허위기재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진디자인고와 면목고 등이 교내 단체 봉사활동 시간부여 과정에서 조퇴나 결석으로 참가하지 않은 학생에게 봉사시간을 부여했다.

서울 중산고와 대동세무고의 학생 37명 중 일부는 이미 학교를 졸업했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했다면 잘못 기재된 학생부를 가지고 대입을 치른 셈이다. 봉사활동 시간에 대한 배점이나 반영비율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A대학의 경우 2020학년도 학종 전형 때 봉사활동 25시간 이상을 만점으로 정했다, △20~24시간 △16~19시간 △12~15시간 등으로 나눠 약 0.5점씩 차등을 두고 있다. 1, 2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대학입시에서 무시할 수없는 점수다.

이번 감사를 통해 학생부 기록의 또 다른 요소인 ‘내신시험’의 출제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동세무고의 한 교사는 2018학년도 1, 2학기 중간고사 문제를 출제하면서 2017학년도 1, 2학기 중간고사 문제 중 총 9문제를 그대로 출제했다. 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따르면 정기고사 문제를 낼 때는 시판되는 참고서의 문제를 일부 변경해 출제하거나, 전년도 문제를 반복 출제해선 안된다.

학생부 기재와 내신시험 출제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는 결국 학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 A 씨는 “고의든 아니든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학종의 근거자료인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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