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이냐, 철거냐’…옛 해운대역사 팔각정 놓고 시민·주민단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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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10일 08시 26분


옛 부산 해운대역의 폐선되기 전 팔각정 모양의 역사 전경. 뉴스1 자료사진
옛 부산 해운대역의 폐선되기 전 팔각정 모양의 역사 전경. 뉴스1 자료사진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에 남겨져 있는 팔각정 모양 역사(驛舍) 건물의 ‘보존이냐, 철거냐’를 두고 지역 주민단체와 시민단체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팔각정 역사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 여부를 놓고 서로간의 입장차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운대해수욕장 진입로와 이어지는 ‘노란자위 땅’인 옛 해운대역은 1934년 개통한 후 2013년 폐선될 때까지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해운대역은 해운대구 좌동으로 이전했고, 현재 위치에는 역사와 철길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최근 해운대구가 폐선 부지 공원화를 위한 용역에 착수하면서 재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발족한 해운대구 18개 동 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옛 해운대역사·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공원화 촉구 결의대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비대위는 팔각정 역사를 철거해 85년 동안 가로막혀 있던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광장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임순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해리단길이 조성된 윗동네와 해운대 구남로와 해수욕장이 있는 아랫동네가 수십년 동안 단절된 채 지내왔다”며 “실제 구민들이 원하는 것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장산(윗동네 방향)까지 한번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전경과 넓은 공원부지”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팔각정 모양의 역사 건물은 1987년에 완전 재건축됐기 때문에 역사, 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내부 시설도 완전 철거된 상태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빈 건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운대역사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연대’(이하 연대)는 2주 전부터 옛 해운대역 앞에서 “팔각정 모양의 옛 해운대역사를 보존하자”고 주장하며 시민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양측의 갈등이 가시화됐다.

연대는 지난 8일 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해운대역은 85년 동안 해운대의 얼굴이었고, 관문이었다”며 “팔각지붕 형상의 유일한 역사 건물은 문화적 상징으로서 없어져서는 안될 소중한 문화자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텔이 들어선다고 할 때는 팔각정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윗동네와 아랫동네가 단절된다며 철거하자고 한다”며 “구청도 공청회를 열었다고 말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내용도 모른다”고 구와 비대위를 겨낭했다.

연대는 옛 해운대역 등에서 받은 시민 1838명의 ‘역사 건물 보존 동의서’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팔각정 건물을 보존하자고 밝힌 적이 없다”며 “지난해초부터 우1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팔각정 건물을 허물기로 주민 의견이 모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대구에서 진행 중인 역사 재개발 용역 착수, 중간보고회 때도 주민들은 역사를 철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앞선 공청회에도 해리단길 상인, 스님 등 주민자치위원들과 일반 주민들도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해운대구는 부산시로부터 용역비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옛 해운대역사 공원화 재개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용역에는 ‘팔각정 건물 철거 여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진영의 여론전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폐선된 옛 해운대역 철길과 정거장 부지. © 뉴스1
폐선된 옛 해운대역 철길과 정거장 부지. © 뉴스1
한편 옛 해운대역사는 폐선된 이후 정거장 부지를 소유한 철도청이 전체 부지 중 3분의 1을 공원화하고, 나머지는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역 주민들은 ‘옛 해운대역사·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거장 부지의 상업시설을 지하화할 것을 철도청에 요구하고 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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