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중 정년퇴직일에 사망한 교장…法 “공무상 순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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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31일 0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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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운동부 학생들과 전지훈련을 갔다가 정년퇴직일날 사고로 사망했더라도 공무상 순직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년퇴직 효과는 정년퇴직일이 되는 0시(밤 12시)에 생겨, 0시 이후부터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상 순직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함상훈)는 유족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2018년 2월28일 정년퇴직을 앞둔 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학교 배구부 학생들과 함께 같은해 2월26일부터 정년퇴직일까지 3일간 전지훈련을 갔다.

전지훈련 마지막날인 2월28일 오후 B씨는 점심을 먹은 뒤 학생 및 코치들과는 별도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학교로 돌아오던 중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에 B씨의 아내 A씨는 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을 청구했는데, 공단은 “27일에서 28일로 넘어가는 오전 0시(27일 밤12시)에 B씨의 공무원 신분이 소멸돼 공무상 순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지급처분을 했다.

A씨는 “퇴직 효과는 2월28일 오전 0시가 아니라 24시”라며 “퇴직일 이후라도 적법한 출장명령에 따라 공무를 수행한 경우 그 출장종료일까지는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교육공무원은 임용 중 면직의 경우 면직발령장 또는 면직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면직효과가 발생해 그날 오전 0시부터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B씨는 2018년 2월28일 오전 0시 퇴직효과가 발생해 공무원 신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같은 날 오후3시께 사고로 사망한 것을 공무원연금법상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직업공무원제도를 정하고 있는 헌법에 기한 국가공무원법 및 교육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종류·직위·임용 등에 관해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며 “공무원의 종류와 그 신분의 시작 및 종료시점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법률로 정해져야 하고, 국가가 임의로 그 신분의 시작 및 종료시점을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평생 교육공무원으로서 국가 교육발전에 이바지했고, 특히 퇴직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전지훈련에 참여하는 등 헌신적으로 공무를 수행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유족들이 갑작스러운 B씨 사망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공무원 신분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부 특별한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기 시작한다면 더이상 ‘근무조건 법정주의’가 유지될 수 없게 된다”며 “B씨의 안타까운 사정보다는 헌법 등에 따른 직업공무원제도와 근무조건 법정주의를 유지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2월28일 공무를 수행했더라도 B씨를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없고, B씨가 퇴직일을 넘어서까지 출장을 가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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