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철거→재설치… 광화문광장 74일째 ‘천막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시-우리공화당 대치 반복… 1900여명 동원 2차례 철거 시도
경찰 고발-손해배상청구 소송도… 공화당은 물러서지 않고 재설치
市 ‘점유권 가처분 신청’ 24일 결과… 법원 안받아주면 추가대응 어려워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옆에 설치된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천막. 우리공화당은 20일 오후 3시경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으며 오후 7시경 천막을 기습 설치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옆에 설치된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천막. 우리공화당은 20일 오후 3시경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으며 오후 7시경 천막을 기습 설치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3일 오전 10시 반 서울 광화문광장. 두 자녀를 데리고 나들이를 나온 임지연 씨(35·여)는 눈살을 찌푸렸다. 세종대왕상 옆에 자리 잡은 우리공화당(옛 대한애국당) 천막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행인은 천막을 향해 삿대질까지 했다. 자녀들과 사진을 찍던 임 씨는 결국 나들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광장을 떠났다.

이 같은 풍경은 광화문광장의 일상이 됐다. 5월 10일 우리공화당이 처음 천막 2개동을 설치한 뒤 두 달이 넘게 ‘설치→철거→장소 옮겨 재설치’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서울시는 “허가를 받지 않고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두 차례에 걸쳐 강제철거(행정대집행)를 시도했다. 지난달 25일 새벽에 실시한 첫 번째 시도로 47일 만에 천막을 치웠다. 서울시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900여 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반나절 만인 이날 오후 4시경 우리공화당 측에서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이달 16일에도 서울시는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 1000여 명을 투입해 철거에 나섰으나 집행 직전 우리공화당 측에서 천막을 자진 철거한 뒤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겨 집행 자체가 무산됐다.

철거를 막은 우리공화당에 대한 법적 조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우리공화당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 간부 5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맞고소했다.

천막 설치를 막기 위해 화분이 동원됐다. 서울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이 천막을 청계광장으로 옮긴 사이 대형 조경용 화분 80개를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다. 화분 사이 간격을 약 3m로 유지해 통행은 가능하되 천막 설치는 어렵게 만들었다. 대형 화분을 구하기 어려워 경북 경주시, 충남 천안시 등에서 급하게 공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39개의 화분이 광화문광장에 조성됐다. 운반비용 5000만 원을 포함해 2억2000만 원가량이 쓰였다. 그러자 우리공화당은 화분이 설치되지 않은 세종대왕상 인근에 천막을 설치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측을 금전적으로 압박했다. 우선 1차 행정대집행에 쓰인 비용 1억4600여만 원을 우리공화당 측에 청구했고 추가 정산한 500만 원도 추가 청구할 계획이다. 2차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비용 2억3000만 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추진한다. 2차 철거는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한다. 광장 무단 점유에 대한 변상금도 세 차례에 걸쳐 341만 원을 부과했다.

이 같은 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천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공화당은 20일 천막 3개동을 다시 설치했다. 결국 서울시는 법원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는 서울남부지법에 ‘점유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이르면 24일 결과가 나온다. 서울시는 하루 강제금 1000만 원을 부과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추가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천막 설치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74일째 이어진 ‘천막전쟁’으로 군소 정당인 우리공화당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여론의 주목까지 받았다. 반면 서울시는 얻은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천막 철거에 동원된 직원들이 육체적 심적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 씨(33)는 “불법 천막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면서도 “천막 설치 주체에 따라 엇갈리는 서울시의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시#우리공화당#광화문광장#불법 천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