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아들 앞에서 베트남 아내 3시간 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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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못한다” 평소 가정폭력… SNS에 2분여 영상 퍼져 공분
경찰, 30대 남편 영장 신청
“잔인하다… 이혼하고 돌아와라” 분노한 베트남 여론 ‘한국 비난’

한국인 남성이 두 살배기 아들 앞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아내를 때리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 장면. 뉴스1
한국인 남성이 두 살배기 아들 앞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아내를 때리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 장면. 뉴스1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아내를 3시간 동안 때린 30대 남성이 6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전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이날 오후 8시 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김모 씨(36)를 긴급 체포한 뒤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4일 오후 9시경 전남 영암군의 한 원룸에서 아내인 A 씨(30)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찬 뒤 구석에 쪼그려 있던 A 씨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다시 주먹으로 때린 혐의다.

김 씨는 2015년 A 씨를 만나 사귀다 1년 뒤 임신을 하자 베트남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아들을 출산한 뒤 혼자 돌보던 A 씨는 올 5월 김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 씨는 지난달 19일 입국해 영암군의 원룸에서 김 씨, 아들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A 씨는 남편의 욕설과 폭력을 견뎌야 했다. 김 씨는 걸핏하면 ‘한국말을 못 한다’며 A 씨에게 거친 욕설을 했고, 폭행을 휘둘렀다. 김 씨는 지난달 하순 승용차 안에서 “시골에서 챙겨준 감자를 싸오지 않았다”며 유리그릇으로 A 씨를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

김 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A 씨는 4일 오후 8시부터 남편이 폭행을 시작하자 탁자 위 기저귀 가방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다. 폭행이 끝난 뒤 A 씨는 5일 새벽 베트남 지인에게 2분 33초 분량의 폭행 피해 동영상을 보냈다. A 씨의 지인은 이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의 모습, 한국은 정말 미쳤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동영상에서 김 씨는 “치킨이 (배달) 온다고. 치킨 먹으라고 했지.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지. 여기 베트남이 아니라고”라며 A 씨를 윽박질렀다. 현장에 있던 두 살배기 아들이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다 무자비한 폭행이 지속되자 놀라 도망치는 장면도 그대로 찍혔다.

지인들은 가정 폭력이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해 5일 오전 8시경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한 뒤 곧바로 출동해 A 씨에게 피해 내용을 확인하고, A 씨와 아들을 이주여성보호기관에 격리 조치했다. 전남 목포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김 씨는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다가 동영상이 크게 확산된 6일 오후 8시경 경찰에 출석한 직후 긴급체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행복을 꿈꾸던 신혼생활이 남편의 폭력으로 망가졌다. 아들을 키우기 위해 이혼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둘렀다. 미안하다”고 했다.

베트남 여론도 들끓고 있다. 현지 언론 징은 홈페이지 머리기사로 사건을 소개했다. 동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너무 잔인하다. 베트남 사람을 이렇게 놔둘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남자는 왜 베트남어를 배우지 않느냐” “당장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국인과의 결혼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았다. 현지 언론인 VN익스프레스의 관련 기사에는 “신사적인 ‘오빠’는 영화에나 나오는 것” “한국인 남성들이 가부장적이면서 베트남 여성을 경멸해 가정 폭력이 벌어진다” “모든 한국인이 박항서 감독처럼 아름답진 않다”는 등의 비판적인 댓글이 달렸다.

영암=이형주 peneye09@donga.com / 최지선 기자

#베트남 아내 폭행#가정 폭력#페이스북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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