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돌보는 ‘찾아가는 청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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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방사선학과 학생 50명… 매달 부천지역 노인 90여명 대상
집에 찾아가 고혈압-당뇨 등 확인

가천대 의료봉사 동아리 ‘찾아가는 청진기’ 소속 학생들이 경기 부천시의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가 건강 상태 등을 묻고 있다. 가천대 제공
가천대 의료봉사 동아리 ‘찾아가는 청진기’ 소속 학생들이 경기 부천시의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가 건강 상태 등을 묻고 있다. 가천대 제공
25일 경기 부천시 춘의마을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모 씨(84)가 환한 얼굴로 손님들을 맞았다. 인천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 다니는 조혜인 씨(22·간호학과 3학년) 등 가천대생 3명이 찾아온 것. 학생들은 몇 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 씨의 혈당을 재본 뒤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 씨가 매일 믹스커피를 마신다고 하자 당뇨가 악화될 수 있다며 절제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집 근처에서 당한 교통사고로 금이 간 오른팔에 깁스를 한 이 씨는 “어린 학생들이 찾아와 건강 상태를 물으며 말벗도 해줘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며 “이들의 다음번 봉사활동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부러진 뼈가 붙으면 다음 달에는 물리치료를 해드릴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보겠다”며 문을 나섰다.

가천대 의료봉사 동아리 ‘찾아가는 청진기’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주로 간호학과와 방사선학과 학생 50명으로 구성된 찾아가는 청진기는 2014년부터 매달 한 차례 부천의 생활형편이 어렵고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부천덕유복지관 춘의사회복지관과 힘을 합쳐 기초생활수급자인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기관을 연결해주는 의료네트워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청진기 학생들의 의료봉사 대상은 두 복지관이 관리하는 노인 약 90명이다. 이들의 집에 찾아가 건강검진 설문지를 작성하게 해서 건강상태를 살핀다. 건강은 물론이고 생활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답하는 과정에서 현재 질병의 진전 여부를 확인하고 우울증이나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지도 눈여겨본다.

설문지 작성이 끝나면 혈압과 혈당을 체크한다. 불규칙적인 식사로 인해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가 부족한 노인들은 고혈압과 당뇨 증세를 보이기 쉽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료비가 없어 몸이 좋지 않은데도 병원 치료를 못 받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노인의 집을 말끔히 청소하거나 김치를 담가 전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끝나면 복지관 직원과 대학병원 전문의가 함께하는 회의에 참석해 노인들의 상태를 상세히 브리핑한다. 이를 통해 긴급히 치료해야 하는 노인이라고 판단되면 복지관 직원과 전문의가 다시 그 노인을 찾아가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료네트워크 협력 관계인 대성병원 부천연세사랑병원 하이병원과 연결해준다.

청진기 회장인 조 씨는 “돌볼 가족이 없고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노인이 너무 많다”며 “간호사시험에 합격해 병원에서 일하더라도 봉사활동은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찾아가는 청진기#의료봉사#홀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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