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곳에 있어야”…日 역사교사, 평양 배포 독립선언서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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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8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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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서의 가치와 조부와 부친의 평양, 조선에 대한 애정과 선언서를 함께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사토 마사오씨(佐藤正夫)는 28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제354회 연구발표회에서 1919년 3·1운동 당시 평양에서 배포된 독립선언서 원본를 기증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기증한 선언서는 사토 마사오씨의 조부인 요시헤이(佐藤芳兵)가 1919년 3월 1일 아침에 발견해 보관하다가 1929년 일본으로 귀국할 때에 가지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토 마사오씨에 따르면 요시헤이는 1906년 평양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평양으로 건너와 관후리에 살면서 도기점을 운영했다.

당시 평양에서는 순덕학교, 남산향 교회 인근, 천교도 교구당 등 3곳에서 3·1운동이 열렸는데 요시헤이의 가게가 집회 장소 가까이에 있어 한국어에 능통한 요시헤이가 조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선언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 요시헤이가 일본으로 넘어와 1954년 작고한 뒤 그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것을 부친인 사토 도시오씨(佐藤俊男)가 보관해오다 사토 마사오씨에게 인계됐다.

역사 교사였던 사토 마사오씨는 이 선언서를 그 동안 수업 자료로 활용해왔다.

사토 마사오씨는 선언서를 통해 “중국과 조선, 일본은 고대부터 깊은 관계를 맺어왔고 고대부터 조선은 일본에게는 스승이었다”며 “고도의 문명을 한반도로부터 일본은 받아들였다”고 가르쳤다.

그는 일제 침략에 대해 “‘족보’라는 영화를 보여주며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한국에 창씨개명을 강조했는데 자신의 이름이 바뀌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일본어를 강제당하는 상황이 얼마나 억압적인 상황인지를 가르쳤다”고 소개했다.

사토 마사오씨는 독립선언서의 존재에 대해 2011년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토 마사오씨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즉 물건은 원래 있던 곳에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독립기념관에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언서를 갖고 있는 동안 한국을 생각하고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과의 오랜 관계를 제게서 떠나 보내야한다는 것에 기증을 망설여왔다”며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계승할 방안을 생각해오다 새삼 선언서가 있어야할 곳에 있어야 하고 원하는 곳에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일 갈등이 계속되고 어긋나는 등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순 없지만 이번 기증이 한일 관계가 안고 있는 문제에 작은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3·1운동 당시 신문조서에 의하면 보성사에서 인쇄된 선언서는 총 2만 1000매로 이중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된 진본은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선언서를 포함해 총 8매다. 이중 독립기념관과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본 외에 6매는 모두 3·1운동 당시 서울에서 발견된 선언서로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독립기념관 소장본은 평안북도 선천에서 3·1운동을 주도한 김선량 씨의 후손이 1984년에 기증한 것이며,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본은 최근에 함흥지방법원 일본인 검사의 조사철 ‘대정8년 보안법 사건’ 속에서 발견된 것으로 판본은 각각 다르다.

이번에 독립기념관에 기증되는 사토 마사오 씨 소장본은 독립기념관 판본과 동일한 것이다.

이준식 독립기념관 관장은 “사토 마사오 선생님이 기증한 이 한 장의 독립선언서는 우리들로 하여금 북한 지역에서 울려퍼진 3·1운동의 함성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며 “사토 요시헤이와 사토 도시오가 일제강점기에 비록 한국에 20여 년간 살고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일본의 침략행위에 편승하지 않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시고자 한 노력을 한일 역사 화해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ㆍ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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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발표회에서 사토 마사오씨(왼쪽)가 독립선언서 원본을 기증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8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발표회에서 사토 마사오씨(왼쪽)가 독립선언서 원본을 기증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사토 마사오씨가 독립선언서의 100년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사토 마사오씨가 독립선언서의 100년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사토 마사오씨가 소장하고 있던 독립선언서© 뉴스1

사토 마사오씨가 소장하고 있던 독립선언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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