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낙태죄 처벌은 여성 기본권 침해”…헌재 의견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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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7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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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 임신중단 여부 결정할 자유 박탈”
“예방 효과 의문…남성의 협박·보복 수단으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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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 처벌을 담은 형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4월 초 선고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처벌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낙태한 여성을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는 먼저 “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낙태죄는 여성 스스로 임신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한다”며 “(여성이) 경제적·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임신을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낙태 역시 당사자인 여성이 판단해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형법이 예외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는 점,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결과적으로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며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Δ2018년 제49차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게 낙태 합법화·비범죄화, 처벌조항 삭제를 주문했고 Δ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한 임신중절을 시기적절하게 받는 것을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선언한 점 등을 들어 “국가는 이러한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실질적인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장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개인이 자녀 수와 출산 간격, 시기 등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역시 이같은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헌법에 따라 해당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낙태죄를 통한 낙태 예방 및 억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19.9%가 학업·직장 등의 이유로 낙태를 한 적이 있으며, 이전 조사 등에서는 연간 17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음이 보고됐다는 점 등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인권위는 “오히려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낙태를 형사 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부동의 낙태 등 문제들은 의료법 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낙태죄 조항은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옥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어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에 “여성의 기본권 중 특히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요지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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