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동 식당 폭행 피해女 “가해자, 좋아한다고 해 하지 말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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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5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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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사진=채널A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식당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식당 여주인은 “(가해자가 자신에게) 옛날부터 ‘좋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세간에 알려진 ‘묻지마 폭행’이 아니라는 것.

25일 채널A 사건상황실에 따르면 이른바 ‘시흥동 식당 폭행’ 피해자 A 씨는 가해자인 B 씨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은 A 씨의 자녀가 21일 페이스북에 “어머니께서 홀로 일하시는 가게에서 ‘묻지마 폭행’이 일어났다”고 밝혀 손님 B 씨가 여주인 A 씨를 아무 이유 없이 때린 ‘묻지마 폭행’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는 채널A와 인터뷰에서 “(가해자 B 씨가) 전에 앉아서 술 먹으면서 ‘술이나 한잔 따르라’고 했다. 또 옛날부터 오실 때 ‘좋아한다’, ‘내가 동생을 좋아해도 되겠느냐’(고 했다)”며 “(내가) ‘그런 말씀 하시지 말라’, ‘말도 안 되는 말씀이다. 하시지 말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거절하니까) 그날도 같이 계시던 동생 분한테 ‘어디 근사한 데 데리고 가서 밥도 사주면서 프러포즈를 해야 되네’, 어쩌네 (했다)”며 “(내가) ‘하시지 말라’고, ‘그런 쪽으로 자꾸 엮느냐’고. ‘하시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 B 씨가) 그 전부터 ‘주방에서 뭐 하느냐’, ‘뒤에 뭐가 있느냐’, ‘저쪽 문이 무슨 비밀 문이냐 열어봐라’ 이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여기 집 담벼락이다’ 이랬는데 그냥 냅다 발로 차기에 아무 영문을 몰랐다. 저는 머리채를 잡았을 때 ‘왜 때리느냐’, ‘이거 놓고 말씀하시라’(고 했지만 계속 폭행했다)”고 말했다.

폭행 가해자 B 씨의 일행인 C 씨는 공모 의혹이 없어 입건되지 않았다. 피해자 A는 “‘(일행 C 씨에게) 안 말리고 뭐하시냐’고 그랬는데, 그러고도 (일행은) 가만히 앉아계시더라”면서 “‘자기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왜 여기 와 있어야 되냐’ 뭐 이런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해자와) 비슷한 사람만 봐도 지금 깜짝깜짝 놀란다. 병원에 있을 땐 청소 아줌마만 새벽에 들어와도 깜짝깜짝 놀랐다. 밤에는 거의 못 다닌다고 봐야한다”면서 “한 동네에서 어떻게 같이 사느냐. 마주칠까봐. 황당하고 화도 난다. 그 사람이 살고 나와서 내가 무서워서라도 장사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씨의 자녀 D 씨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8일 저희 어머니께서 홀로 일하시는 가게에서 묻지마 폭행이 일어났다”면서 “가게에 남자 손님 2명만 있었다. 계산을 마친 손님들은 테이블이 정리된 후에도 가게를 나가지 않았다. 밤 11시 37분경 그중 한명이 가게 안쪽 주방을 살피고 이곳저곳 살피더니 저희 어머니께 ‘가게 뒤쪽에 방이 있냐’, ‘이곳에 비밀통로가 있냐’라며 수상한 질문을 이어갔다. 몇 분 후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시 50분경 저희 어머니는 마감 청소를 시작하셨고 홀 쪽 구석에 있는 바닥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일행 중 한 분이 일어나 앉아 있는 저의 어머니 얼굴을 발로 걷어차면서 폭행이 시작됐다. 어머니가 저항하셨지만 수차례 발로 머리를 차고 무릎으로 얼굴을 차고 머리채를 잡고 폭행을 이어갔다. 같이 온 일행은 자리에 앉아서 방관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나는 폭행한 적 없으니 신고를 하려면 해라’라는 이야기를 내뱉는 틈을 타 어머니는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했다. 그때도 가해자는 식당 안에 있었다. 경찰이 오며 상황이 종료됐다. 어머니는 바로 병원에 실려가 입원했고 얼굴을 비롯한 여러 곳에 심한 상처와 타박상이 생겼다. 가해자는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재차 ‘기억이 안 나는데 어쩌느냐’라는 말만 늘어놓으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전치 7주의 부상을 당했고, 정신적 충격에 폐업을 했다. B 씨는 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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