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대 암초 만난 ‘대우조선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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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노조 92% 쟁의 찬성… 조만간 파업 등 실력행사 예고
현대重노조도 오늘 찬반투표… 쟁의행위 가결 가능성 커
갈등 조정 중재자 없어 상황 악화


현대중공업그룹이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기로 했지만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반대한다”며 쟁의행위를 벌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곧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연다. 노조는 중복되는 부문의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인수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양사 노조가 ‘실사 저지단’을 꾸리거나 파업을 포함한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어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19일 회사 매각과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열어 90%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벌이기로 했다. 조합원 5611명 중 5242명이 참여해 4831명(92.16%)이 찬성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지도부가 20일 옥포조선소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매각 진행상황을 보고하면서 향후 쟁의행위 방식과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노조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파업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민노총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도 20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쟁의행위를 가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양사 노조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지도부와 대의원이 참가하는 반대 집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양사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용불안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초대형유조선(VLCC) 등을 주력으로 하는 양사의 사업이 겹치기 때문에 인수합병 이후 회사가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모두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했고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필요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이어진 조선업 구조조정 경험으로 노조원들이 사측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노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갈등을 조정할 중재자가 없어 상황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미 산업은행에 사의를 밝혀 이번 인수합병 작업에 힘을 보태기 힘들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의 사의 표명 배경으로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매각 논의를 진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충분히 교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내부 사정에 밝은 경영진을 중재자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15일 신상기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과 면담하면서 “매각과 관련해 발표된 내용 외에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석,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이날 사내 담화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문영대 경남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금융위원회나 고용노동부, 산업은행 등 관계 부처·기관이 노조 반발 등에 별다른 대응 없이 팔짱만 끼고 방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안을 잘 아는 인사가 책임지고 노사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노조 반대#대우조선#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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