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택시기사 사망] 전문가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 적용, 만만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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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8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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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청원
승객이 던진 동전을 맞은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70대 택시기사의 며느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폭행치사 등을 주장하며 해당 승객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이에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봐서 만만치는 않다”라고 내다봤다.

이웅혁 교수는 18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측이 주장하고 있는 죄목들이 적용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법적으로 봐서는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다.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입증이 돼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전을 던진 행위와 이 동전을 던진 행위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인과관계가 입증이 돼야 할 뿐만 아니라 동전을 던지면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예견 가능성도 있어야 되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특별히 지병을 앓고 있거나 이런 것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기치사, 소위 말해서 그대로 방치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승객이 구조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바꿔 얘기하면 법률상 또는 계약상에 구조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택시기사가 심근경색이 있었는데 그걸 (승객이) 골프 치러 해외에 가기 때문에 일정한 조치를 하지 않고 갔다는 이 점에 있어서 혹시 유기치사가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무죄로 됐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결국 그 논란 때문에 선한 사마리안법이 필요하지 않느냐. 이와 같이 곤궁한 상황에서는 일정한 구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법적으로 제재를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논란도 분명히 있었다”라며 “하지만 지금 법체제 안에서는 과연 도덕적으로 또는 도리상으로 비난을 가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방치한 것을 형사적으로 제재하는 데는 판례상 좀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택시기사 A 씨(70)는 지난해 12월 8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승객 B 씨와 말다툼을 했다. 당시 B 씨는 택시에서 내려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차에서 동전 여러 개를 꺼내와 택시 운전석에 있던 A 씨에게 던졌다. 동전을 맞은 A 씨는 택시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하고 B 씨와 실랑이를 하다 바닥에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A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A 씨와 말다툼을 하고 동전을 집어 던졌던 B 씨를 당시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으나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말다툼과 동전을 던진 행위 외 다른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A 씨를 석방했다. 이후 추가 조사를 벌여 B 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이달 1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동전택시기사 사망사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저희 아버님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8일 오전 11시 32분 기준, 2만3564명의 참여를 얻었다.

자신을 숨진 택시기사 A 씨의 며느리라고 밝힌 글쓴이는 “가해자로부터 최소한의 진심 어린 사과가 전달되기만을 기다려왔으나 최근 우연히 SNS로 가해자의 평화로운 셀카 면접준비 모습을 보니 기다림은 우리 가족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글쓴이는 “아버님의 죽음에 그 손님, 그 가해자의 행동이 단 1% 영향도 끼치지 않았을까. 단순한 폭행이라면 왜 아버님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셨던 걸까. 명백히 폭행도 인정되고 그 결과 사망한 피해자도 있는데 왜 폭행치사가 아닌 단순 폭행인건가”라며 “더욱 분통터지는 것은, 언쟁을 하다 사람이 쓰러졌음을 보고도 그냥 방치했다는 사실이다. 쓰러지시는 모습을 발견한 즉시 일분일초라도 일찍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실 수는 없었나”라고 질타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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