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재추진…반대했던 충북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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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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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10월까지 타당성 재조사 용역 추진키로
“모처럼 충청권 공조 깨질라” 충북도 공식대응 無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2016.12.21/뉴스1 © News1 D.B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2016.12.21/뉴스1 © News1 D.B

세종시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KTX세종역’ 카드를 다시 들고 나오면서 인접한 충북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단은 지자체 간 갈등이 재발되는 것을 우려하는 듯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1일 세종시에 따르면 이달 중 KTX세종역 신설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이미 올해 본예산에 용역비 1억5000만원도 편성한 상태다.

타당성 재조사 용역은 오는 10월까지 진행된다.

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세종역 신설의 명분을 다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역 신설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충청권 갈등을 불러일으킨 뇌관으로 작용해 왔다.

이춘희 시장과 세종을 지역구로 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4년 지방선거·2016년 총선에서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채택한 이후 인근 지자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세종시 금남면 부근에 약 1300억원을 들여 고속철도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대해 충북과 충남 공주시 등 인근 지자체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부지에 세종역이 들어설 경우 기존 오송역·공주역과 역간 거리가 약 22㎞ 밖에 되지 않아 ‘저속철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세종역이 신설되더라도 현재 서울역~오송역~정부청사 이동 시간(약 1시간 20분)과 서울역~오송역~세종역~정부청사로 이동하는 시간(약 1시간 18분 추산)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내세우며 역 신설을 반대해 왔다.

충청권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이 사안은 일단락 됐다.

당시 사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비용대비편익(B/C)이 0.59에 그치면서 사업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통상 B/C가 1 이상 나와야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해 대선 후보 당시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합의에 따르겠다”고 공약하면서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세종역 신설 부지 위치도.© 뉴스1
세종역 신설 부지 위치도.© 뉴스1

하지만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 시장이 다시 세종역 신설을 언급하면서 충청권 갈등이 재연됐다.

여당에 대한 각 지자체의 찬·반 건의와 국정감사에서의 공방전, 호남 정치권의 가세 등 4개월여에 걸쳐 논란이 계속 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종역 신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충청권은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와 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 설립 등 현안에 협력하며 모처럼 끈끈한 공조를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역 재추진 움직임이 나오자 충북도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인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현 단계에서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일단 세종시의 추진과정을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자칫 충북도의 강한 반발로 비쳐져 충청권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다소 격앙된 반응이다.

이두영 ‘KTX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이 공약했고, 사전타당성 용역에서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국무총리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느냐”며 “세종시가 자꾸 무리수를 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분원 유치 등 충청권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데 여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세종시는 이제 세종역을 포기하고 충청권의 화합·단결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운영위원장도 민간영역에서의 공식 대응에 대해서는 “일단 추진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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