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건물보다 높게 증기 치솟아”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로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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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5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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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캡처)
(소셜미디어 캡처)

4일 밤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 온수배관 파열은 일대를 순식간에 혼란에 빠트렸다.

이날 오후 8시43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근처 지역난방공사 난방배관이 파열돼 100℃에 육박하는 끓는 물이 뿜어져 나오면서 일대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욱한 증기로 가득찼다. 이 사고로 사고 현장 근처 차량에 있던 송모 씨(68)가 전신화상을 입고 숨졌고, 2명이 양쪽 발에 중화상을, 21명은 경상을 입었다.

또 일대 3만㎡가 침수돼 교통혼잡이 빚어졌고, 수천 가구의 난방과 온수가 끊기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뉴스1에 따르면, 사고 초기 상황을 목격했다는 이모 양(18)은 “주위에 가장 높은 건물이 아파트 10층인데, 그것보다도 더 높게 증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 씨(60)도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지만 흰색 연기가 불난 것처럼 솟아올랐다”면서 “물이 슈퍼 입구까지 차올라 밖에 있던 물품들을 안으로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인근을 지나던 김모 씨(25)는 “처음에 말로 전해들었을 때는 그리 큰 사고인 지 몰랐는데 현장에 오니 달랐다”면서 “사람들이 화상을 입어 응급차에 실려가고, 도로에서는 김이 펄펄 났다. 차량들도 도로에 찬 물에 잠겨있어 마치 재난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상자들은 주로 도로에 갑작스럽게 들어찬 뜨거운 물을 피하지 못해 발과 발목 화상을 입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소방 관계자는 “연기로 인해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뜨거운 물에 발을 딛다가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윤모 씨(56)는 “부상자들이 주로 발쪽에 화상을 입었는데 심하게 다친 사람들은 못 걸을 정도로 아파하더라”면서 “못 걷는 사람들은 업어서 옮겨겼고 주위 건물 화장실에서 찬물로 진정시키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던 배관이 파열되면서 일대 수 천 가구의 난방·온수 공급이 끊겼다. 이모 양은 “자정을 넘어 집에 들어갔는데 온수도 나오지 않고 난방도 되지 않았다”고 했고, 임모 씨(62)도 “난방 공급이 끊겨 방이 얼음장 같다. 고령의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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