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혁신학교 현장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행보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치원·특수학교 등 현안이 산적한 현장이나 ‘교실 붕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일반고 대신 자신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 체험에 나서 치적쌓기용 이벤트를 벌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인 조 교육감이 이번 현장체험을 비공개로 진행해 ‘깜깜이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전날부터 닷새 일정으로 혁신학교인 서울인헌고등학교에서 ‘학교살이’를 하고 있다.
2기 들어 새로 추진하는 교육감 현장 밀착형 체험 프로젝트 ‘학교 속으로, 학생 곁으로’(가칭)의 일환이다. 앞선 1기 때 추진했던 서울교육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감이 직접 교육현장 속으로 들어가 내실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취지다.
첫 프로젝트 대상인 혁신학교는 성적 줄세우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소질과 소양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추구하기 위한 학교모델로 조 교육감이 1기 때부터 공들인 정책 중 하나다.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이 비교적 자유롭고 학생중심 학교를 표방해 학생자치문화와 학생인권조례 실천에도 적극적이다.
다만 너무 개방적이고 학생중심적인 학내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교권이 일반학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혁신고의 경우에는 학력저하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인헌고는 서울의 대표적인 혁신학교로 꼽힌다. 프로젝트형 수업과 과정중심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장발·염색·파마 등을 모두 허용하는 완전 두발자유화 학교이며 상벌점 제도를 서울에서 가장 먼저 폐지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이번 학교살이를 통해 혁신학교 장점을 극대화하고 우려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업·평가혁신 방안과 교권보호·교사지원 방안을 구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체험일정도 협력수업과 학년별·보직별 교사들과의 만남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의 직접 소통 행보는 학교현장의 실태와 요구를 더 면밀하게 확인하고 일부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영남 미래자유교육포럼 대표(전 서울영훈고 교장)은 “교육감이 학교살이를 통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행정”이라며 “1회성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학교현장을 방문해 적극적인 소통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교육감의 이런 행보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치적쌓기용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자신의 핵심정책과 최근 선언한 중·고교 완전 두발자유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치적쌓기 의도가 더 커 보인다”며 “차라리 유치원·특수학교 등 시급한 현안 관련 현장이나 교실 붕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일반고에서 학교살이를 했다면 잡음보다는 격려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학교 정책 발표를 위한 명분쌓기용 방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조만간 관련 정책 발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혁신학교는 딱히 현안이라고 볼 수 없고 발표 명분도 마땅치 않다”며 “이번 체험은 혁신학교 관련 정책 구상을 이미 끝낸 교육청이 이를 알리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더 커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번 현장체험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논란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학교살이와 이를 통해 나올 결과물은 교육감이 닷새나 교육청을 비울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교사도 “선출직 공직자인 교육감은 교육주체나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번 비공개 현장체험은 사실상 깜깜이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체험은 지난달 혁신학교 교원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한 것이며 교육감은 학교현장에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 요구를 수용했던 것”이라며 “현장 비공개 이유는 교육감 체험기간 동안 정상적인 학교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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