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 4명 ‘살인 혐의’ 적용,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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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9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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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사진=채널A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다문화가정 10대 남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하다 추락해 사망한 이른바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가해자 4명은 ‘상해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최단비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19일 YTN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A 군(14) 등이 아파트 옥상에서 동급생 B 군(14)을 때리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경찰은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이를 피하려고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상해치사’라고 하는 것은 상해, 심각하게 사람을 폭행해서 상해가 있는 경우”라며 “그러니까 상해를 할 의도는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해로 사람이 죽을 것까지는, 살인할 의도까지는 없었을 경우에 상해치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상해를 입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해를 피하기 위해, 예를 들면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아니면 차량 안에서 뛰어내리거나 이런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도 상해치사로 인정한다”면서 “형법에서는 내가 이 사람을 어떤 의도로 이런 범죄를 했는지, 즉 ‘고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있어야 살인범죄가 적용되는 것이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는데 상해를 하다가 사망에 이르면 상해치사가 적용되는 것”이라며 “지금 문제는 부검만 했을 때엔 이것이 가해 학생들이 밀어서 떨어뜨렸는지, 아니면 본인이 이 상해를 피하려고 하다가 떨어졌는지는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목격자라고 하는 것은 공동 가해 학생들밖에 없다”며 “그렇기에 이것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입증을 한다 하더라도 밀었을 당시의 상황이 정말 살인을 하려고 밀었는지, 상해를 피하려고 서로 몸싸움을 하다가 우연히 밀어 떨어뜨렸는지 여부를 분명히 가해 학생들은 다툴 거다. 즉 인과관계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거가 없는 경우에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물음엔 “(가해 학생들이) 본인들에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려고 하면 여러 명의 진술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면서 “대질심문을 한다든지, 조사를 좀 더 집중적으로 한다고 하면 자백을 유도할 수도 있겠고, 자백이 유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의 진술에 법원이 신빙성을 덜 부여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숨진 뒤에 추락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선 “부검을 통해서 직접적인 사인은 추락으로 보인다고 했기 때문에 이미 옥상에서 사망하고 시신이 추락한 것으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자의 패당점퍼를 입은 것과 관련해선 “여러 명이 함께 패딩점퍼를 뺏을 때 어떤 위협을 가했다면 특수강도죄가 될 수 있고, 혼자서 뺏었다고 한다면 그냥 일반 강도죄도 될 수 있다”면서 “피해자의 점퍼를 뺏은 시기가 사망한 시점보다 이전이라고 한다면 결국 이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볼수 있지 않느냐. 지속적인 괴롭힘,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면 상해치사에서의 양형을 하는 단계에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단 사망한 사건은 상해치사다. 그전에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폭행의 정도에 따라서 상습폭행죄나 상습상해죄도 인정될 수 있고, 별개의 범죄가 인정될 수 있다”면서 “상해치사 같은 경우에도 양형을 하는 단계가 있다. 이 경우에 고의적으로, 지속적으로 폭행을 했다면 상해를 계속적으로 당한 사람이 피하려고 하는 것을 예견할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굉장히 범죄가 안 좋다. 개선의 여지도 없다고 보이고. 이럴 경우라고 한다면 양형 단계에서 중한 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A 군 등은 13일 오후 5시 20분경 B 군을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갔다. A 군 등은 B 군이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생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네 아버지의 얼굴이 못생긴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닮았다’고 놀렸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렸다. 1시간여 동안 폭행을 당한 B 군은 오후 6시 40분경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사건 당일 A 군 등을 소환해 조사하던 중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14일 새벽 긴급 체포했다. 인천지법 장찬 부장판사는 16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A 군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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