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제작자 황모 씨(45)는 2014년경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생중계해주는 사이트에 등록한 자신의 IP카메라가 해킹됐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이 사이트는 중국산 IP카메라를 팔면서 구매자에게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고급 프로그래머라 자부했던 그는 사이트의 취약점을 찾아내 회원들의 카메라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하나씩 빼내기 시작했다. 황 씨의 모니터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거녀들의 은밀한 사생활이 매일 생중계됐다.
4년 동안 관음증에 빠져 지내던 그는 올해 9월 더 많은 여성을 훔쳐보기로 결심했다. 이전까지는 개별 카메라 정보를 일일이 빼냈지만 이번엔 사이트에 담긴 모든 회원정보를 통째로 빼내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이트에서 빼낸 전체회원 1만5854명의 개인정보에서 1만2215대의 IP카메라 접속정보를 훔쳤다. 이 정보로 IP카메라에 침입한 뒤 주인이 여자면 계속 관찰했다. 성행위 등 은밀한 사생활이 찍히면 녹화했다.
황 씨의 그릇된 관음증이 불러온 범죄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에 한 달도 채 안 돼 덜미가 잡혔다. 경찰이 황 씨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그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는 클릭 한 번이면 여성들의 IP카메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치돼있었다. 경찰은 그가 해킹한 정보로 IP카메라 264대에 침입한 물증을 확인했다. 실제 그의 손을 거쳐 간 IP카메라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황 씨처럼 IP카메라를 해킹해 남의 사생활을 엿본 이모 씨(33) 등 남성 9명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얻은 IP카메라 접속 정보는 47만 건에 이른다. 이 중 4912대의 카메라에 3만9706번 무단 접속해 동영상 2만7328개를 녹화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계속 보다보니 중독 돼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IP카메라를 구입하면 반드시 비밀번호를 재설정하고 IP카메라를 안 쓸 때는 전원을 끄거나 화면을 가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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