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 천태만상…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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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5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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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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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서울유치원 설립자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아버지에게 총 15차례에 걸쳐 약 2억 원을 월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회계 장부에는 유치원 시설 공사와 교재·교구 구입비로 썼다고 허위로 기록했다. 2014년 12월에는 견학버스를 빌리는 데 지출했다고 서류를 꾸민 뒤 빼돌린 840만 원을 장인에게 보냈다.

대구 수성구 개나리유치원 설립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 차량 구입비, 주유비, 자동차세, 맥주 등 간식비, 병원 진료비, 설립자 소유의 어린이집 우편 요금 등 245건에 대해 총 1488만 원을 사용했다.

차량 유지비에 술값까지 비리 천태만상

25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3~2018년까지 5년간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 결과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다. 교육부가 19일 비리 유치원 사태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원장 등 처분 대상자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들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부모님 용돈부터, 차량 유지비, 술값, 병원비까지 쌈짓돈처럼 써왔다.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 원장은 2013~2016년 자신의 차량으로 출퇴근하며 90차례에 걸쳐 기름값 769만 원을 유치원 운영비로 결제했다.

충북 청주의 은성유치원 원장은 2016년 유치원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해 11개월간 2970만 원을 지급했다. 청주 동청주유치원 원장은 2015~2016년 324만 원 정도의 개인 의류와 화장품을 유치원 회계를 통해 샀다. 인천 강화군 삼성유치원은 2012, 2013년 술을 사고, 단란주점에서 회식을 하는 데 유치원 예산을 썼다가 적발됐다. 서울 성동구 벧엘유치원 원장은 2013년 유치원 예산으로 자신과 남편의 차량 보험료는 물론 주유비, 자동차세, 수리비까지 3개월간 총 645만 원을 썼다.

학부모들 “혹시 우리 아이 유치원도?”

학부모들은 이날 명단이 공개되자 혹시 본인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학부모 김모 씨(33)는 “오전에 명단이 공개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 유치원은 없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인터넷 카페 등으로 명단 공개 소식을 퍼날랐다.

이번 명단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기 감사를 받는 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주로 특정 사안이 있을 때에만 감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비리를 저질렀어도 적발되지 않은 유치원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전체 유치원 876곳 중 사립유치원은 650곳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명단 속 사립유치원은 45곳이다. 5년간 감사를 받은 사립유치원이 64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86곳은 아예 감사를 받지 않아 비리 유치원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셈이다.

앞으로 교육당국은 국공립유치원처럼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상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우선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받은 유치원과 대형·고액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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