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은행나무 아래서 펼쳐지는 ‘詩의 향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영동군 천태산 천년고찰 영국사에서 국내 최대 규모 걸개 시화전 개최
김용택 등 368명 참여 연말까지 진행

2009년 창립한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태산 은행나무 시 모음집 ‘천태산 부처’를 펴내고 천태산 일원에서 국내 최대 걸개 시화전을 열고 있다. 영동군 제공
2009년 창립한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태산 은행나무 시 모음집 ‘천태산 부처’를 펴내고 천태산 일원에서 국내 최대 걸개 시화전을 열고 있다. 영동군 제공
“천 년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것은 쉽지만/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구나/천 년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데는 걸림이 없지만/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걸림이 많구나/천 년 은행나무는 사랑의 멍에를 풀어주지만/사람은 오히려 멍에를 씌우는구나”(‘천 년 은행나무를 바라보며’·강상기 작)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천태산(715m) 들머리에는 통일신라 후기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 영국사(寧國寺)가 있다. 이 사찰 바로 앞에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등 보물 5개와 함께 영국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수령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키 31.4m, 가슴높이 둘레 11.5m다. 1970년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됐다. 전쟁같이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미리 울음을 내는 등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1000년의 삶을 살고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 부근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걸개 시화전이 펼쳐지고 있다.

1일 시작한 이 걸개 시화전에는 김용택, 도종환, 신경림, 안도현, 최서림, 황구하 등 국내 원로 시인부터 신예 시인까지 모두 368명이 참여해 펴낸 시 모음집 ‘천태산 부처’에 수록된 시가 내걸렸다. 시화전은 연말까지 진행된다.

걸개 시화전과 시집 발간의 주역은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천은사·대표 양문규)이다. 천은사는 자신과 이웃, 대자연 속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양문규 시인 주도로 2009년 2월 창립했다. 현재 전국 5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양 시인은 실천문학 기획실장을 마지막으로 1998년 고향인 영동에 내려와 문인들의 작업실 겸 사무실인 황토방 ‘여여산방’(如如山房·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곳)을 열고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천은사는 그동안 문화재청의 ‘문화재 생생사업’ 시범사업 우수사업기관으로 선정돼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詩祭) △1000년 은행나무 생명 스테이 △천태산 은행나무 문학상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양 시인은 “올해도 전국에서 시인 368명이 시 모음집 발간과 걸개 시화전을 열 수 있도록 시를 보내와 고맙다”며 “앞으로도 많은 시인의 작품을 통해 자연과 생명, 그리고 평화가 충만한 천태산 은행나무 축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은사는 27, 28일 1박 2일 일정으로 송호수련원과 천태산 은행나무 아래에서 ‘2018 시에 반딧불이 문학학교 및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를 열 예정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영동군#천태산#영국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